▲2007년 4월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바로 한미 FTA 재협상이다. 물론 정부 및 친정부 언론의 용어로는 '실무협의'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장관급끼리 만나 '실무'를 협의 하는 곳은 오직 한 곳 대한민국밖에 없다. 도대체 그 '실무'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과장이 할 일을 장관급이 할까.
심지어 점입가경인 것은 무슨 간첩 접선하는 것도 아닐진대, 회담 장소와 시간이 비밀이란다. 독재정권 시절도 아닌데, 아예 밀실협상을 작정하지 않고서야 이토록 오만하고 불손한 예를 난 일찍이 본 바 없다.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안 돼 있다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말이 오고 가기에 저토록 가리고 숨기고, 혹여 국민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일까.
한미 FTA 재협상의 형태와 관련해서 일찍부터 나는 3가지 선택지가 있음을 지적해 왔다. 첫째는 협정문 변경(reopen)이다. 둘째는 원안통과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가 부속협정(side agreement)다. 곧 협정문을 변경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별개의 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당시 노동·환경 관련 협정을 따로 체결한 선례가 있다.
그런데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가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지 않고 미국 쪽과 협상하는 것이 난제"라며 "장관 고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관고시라 함은 지난 한미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 때 써 먹은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미국에서 미국 일자리 창출 운동을 하고 다니는 한덕수 주미대사가 호언장담했던 바로 그 '창의적' 해법일까. 이 끝없는 꼼수 때문에 당시 반대 여론이 폭발했던 것 아니던가. 아무튼 꾀를 내도 꼭 죽을 꾀를 낸다.
재협상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이미 미국 쪽 소식통을 통해 여러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미국 자동차에 대한 자동차 환경 및 연비기준에 대한 특혜, 그리고 한EU FTA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관세환급조항을 미 크라이슬러사가 요구했다는 정도의 소식은 이미 입수되어 있다.
쏟아지는 미국의 요구... 30개월 이상 소고기 완전개방까지?그런데 이번 샌프란시스코 회담 직후 미국의 <US 트레이드 인사이드>(10월 28일자)지를 통해 보도된 내용은 여기에 몇 가지가 더해졌다. 이 회담에서 미국 이해당사자, 곧 자동차업계, 노조 그리고 의회 등은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를 통해 다양한 요구를 봇물처럼 쏟아 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원 소관 상임위인 세입세출위원회의 샌더 레빈 위원장 측이 자신들의 모든 요구를 담은 문건은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튼 미국 측의 요구와 관련 대략 아래 사항들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첫째, 한국산 제품에 대한 훨씬 강화된 세이프가드 조항. 둘째, 또 미국 측 일각에서는 한국 측의 추가 양보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이 한미 FTA 협정문의 분쟁해결조항에 대한 '추가조항'(codicil)이던 또는 '자동발효(self-executing) 개정조항'이던 곧 그 형식이 무엇이 되건 법적 집행을 담보할 것.
셋째, 한국 측의 비관세장벽에 대한 보다 실효적인 분쟁해결 메커니즘을 위해 절차를 더욱 신속히 할 것과 소송 시 입증 부담을 낮출 것. 넷째, 이미 알려진 대로 미 자동차업계는 미국 차에 대한 한국 측의 환경 및 안전기준 적용 면제기간과 해당 대수를 더 늘려 줄 것과 한국 측의 앞으로의 환경 및 안전 규정과 관련 더 많은 투명성 보장 등이다.
그러나 11월 2일의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무역대표부의 최종안이 누설되어 민주당의 선거쟁점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미 무역대표부로서는 이를 '공식'안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미 의회 그리고 업계와의 협의가 최종안을 만들 수준으로까지 진행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쇠고기와 관련된 소식은 이 보도에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 9월 미 농무성의 다르시 베터 차관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이전에 한미 FTA의 미해결 쟁점을 타결하라고 지시한 것은 '어느 정도 강제력이 있는 시한'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수 주 내에"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적으로 수입하는 2008년 4월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완전 이행(full implementation) 문제를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점을 일단 언급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