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기 전날에는 아내와 사이좋게 도배를 했었다.
송성영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말끔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게 될 아이들을 기분 좋게 떠올려 가며 금실 좋은 부부처럼 사이좋게 도배를 했는데, 단 하루 만에 그 기분 좋은 평화가 와장창 깨져 나갔습니다.
"같이 하자는 내가 바보지, 그까짓 거, 나 혼자서라도 할 거야!""한두 시간만 참으면 되는디, 그냥 놔 두라니께! 그거 혼자서 못 혀."작은 도서관 천장은 지붕 선을 그대로 살려 놓았기에 긴 사다리를 받쳐 놓고 올려가야 겨우 손이 닿을 정도로 아주 높다랗습니다. 아내 혼자서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작정하면 당장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 급한 아내였기에 막무가내로 천장 도배를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다락방에 퍼질러 있던 내게 구원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 여겼는데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한두 시간 만에 천장 도배를 다 끝냈던 것입니다.
고난이도의 천장 도배를 다 마친 아내에게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실실 아내의 눈치를 살펴가며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책장 짜기를 서둘러야 했습니다. 부업인 밭일은 뒤로 미뤄 놓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