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신경설신경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단면도. 위의 두 곳으로 지나갈 경우에는 피부외에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기에 통상적인 일반 발치 만으로도 설신경의 손상이 올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MRI를 찍지 않는 이상 설신경의 위치에 대한 어떤 정보나 단서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승훈
사진에서 알 수 있 듯이 혀신경은 뼈속이 아닌 피부 사이를 지나가며 근육에 의해서조차 보호 받지 못하고 사랑니의 바로 옆을 지나갈 가능성도 20%나 된다. 뼈로 둘러쌓여 있지 않기 때문에 MRI가 아닌 일반 방사선 사진으로는 신경이 지나가는 곳을 짐작할 수 있는 어떤 단서도 얻을 수 없는 것 역시 문제다.
법원은 주의의 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혀 쪽으로는 힘이 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딱히 주의할 방법 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랑니 하나 뽑자고 MRI 촬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수술 발치를 통해서 사랑니를 뽑을 경우 환자 부담금과 공단 부담금을 합친 수가는 6만~8만 원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30분 전후로 발치가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처음 예상과 다르게 내부 상황이 복잡하다면 3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거기에 수술 전에 위생사가 수술 준비하고 수술 후 피가 묻은 기구를 일일이 손으로 닦고 소독하는 시간과 노동까지 생각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이다. 준비 시간이나 위험 부담이 거의 없는 스켈링의 수가가 6만 원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또 대부분의 치과가 보철, 교정 등의 비보험 진료를 중심으로 병원을 유지하는 현실에서 3시간 넘게 발치를 하는 동안 비보험 진료를 상담하기 위해 찾아왔던 환자가 기다림에 지쳐 다른 병원으로 간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본 셈이 되는 것이다.
일선 치과에서 하는 시술
중 가장 사고 위험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경제적으로도 메리트가 없는 술식. 여기에 더해 시술 상에 문제가 없더라도 확률적으로 3000만 원 이상을 보상해 줄 위험성까지 생기는 이상,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사랑니 발치를 회피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사랑니는 안 뽑아요?... 의사들이 이해가는 이유실제로 해당 판결 이후 그나마 사랑니 발치를 시술하던 일선 병원들 중에도 시술을 중단한 곳이 많다. 일선 병원들이 대부분의 사랑니 발치 환자를 대학 병원으로 리퍼(어려운 케이스를 상위 병원으로 의뢰하는 것)하기 때문에 당장 아픈 사랑니의 예약이 2달 후로 잡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환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행 중인 저수가 정책이 그대로 환자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현재의 고교생은 과거의 고교생들보다 한문을 모른다. 대학 입시에 한문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는 수험생 간의 경쟁틀이기도 하지만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학생의 본분' 운운하면서 입시를 치르지 않는 과목에 소홀한 학생을 비난하는 것은 공허한 이상론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의사의 사명감'을 이유로 경제적으로 불합리한 결정을 강요하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이다. 대입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건강보험의 수가는 의료 시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인데 의사로 하여금 경제적 손실을 보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가혹한 책임까지 묻는 시스템은 '시술하지 말라'는 방향의 제시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의 사명감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의사가 슈바이처가 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한사람의 의사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환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적어도 사랑니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치과의사의 사명감 없음을 비판하기 보다는 현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사고 보상 문제의 합리적인 개선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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