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사장(사진 왼쪽편)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에 진입하는 가운데 김 사장을 보호하는 청원경찰, 간부들과 저지하는 노조원 및 사원행동 직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권우성
전종철 기자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12일, KBS 국정감사장 앞에서 <한국일보> 오대근 사진기자와도 충돌했다. 당시 이병순 KBS 사장이 국정감사장 앞에 도착하자 KBS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KBS 비정규직 해고 중단'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시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를 취재하던 사진기자와 KBS 전종철 기자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다음은 당시 상황을 전한 <미디어오늘>의 기사 중 일부다.
특히 <한국일보> 사진 기자는 KBS 기자와 국정감사장 앞에서 만나 "KBS 기자가 내 카메라를 막으며 취재를 방해했다"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또 'KBS 기자인지 직원인지' 물었고, KBS 기자는 "KBS 기자이자 직원이다. 내가 (이병순 사장을) 모시고 올라왔다, 들어가면서 좀 밀었을 뿐이다, 들어갈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이 기사와 함께 전종철 기자의 사진도 크게 나왔다. 참 안쓰럽고,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기자가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을까.
'X 만한 새끼!' 욕설이 터진 이날 사건을 담은 사진 가운데는 KBS 국회 여당 반장을 하는 김성진 기자의 얼굴도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극렬하게 나의 퇴진운동을 벌였던 KBS 노조 11대 집행부(위원장 박승규)의 총무국장으로 박승규 위원장(현 KBS 사회1부장)의 오른팔 노릇을 했다. 국회 여당 반장에 김성진 기자, 야당 반장에 전종철 기자. 어쩌면 '환상의 짝꿍'일 수도 있겠다.
'수요회'의 핵심, 그들의 모습전종철 기자. 그도 지난 번
'증언'에서 이야기한 '수요회' 모임에 참석한 인물이다. 전종철 기자뿐 아니라, KBS 정치 외교 관련 기사를 요리하는 정지환 현 정치외교부장도 '수요회' 모임에 참석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정지환 정치외교부장은 내가 KBS에 있을 때 보도본부 정치외교팀의 국회 반장을 했고, 탐사보도팀장, 대외협력팀장까지 지냈다. 내가 해임된 뒤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자 그는 사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러다 지금은 KBS 보도본부 정치부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KBS 메인뉴스인 <뉴스9>를 비롯한 1TV 뉴스 편집을 총괄하는 1TV 뉴스편집팀장(지금은 뉴스제작 1부장)을 맡았던 박인섭 기자(현 KBS 광주 총국장)와 그의 후임인 장한식 기자(현 뉴스제작 1부장. 나의 재임시 베이징 특파원)도 모두 '수요회' 모임에 참가한 인물들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텔레비전 뉴스 보도에서 뉴스 편집부서는 기사의 취사선택과 배열에 핵심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저녁 메인뉴스에 기사가 나가느냐 못 나가느냐, 어느 정도 위치에서 어떤 비중으로 나가느냐는, 기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부서다. 그런 핵심 부서이기에 '핵심 인물들'이 발탁되기 마련이다.
올해 2월 초, KBS '새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KBS 뉴스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에 이런 구절도 있다.
"MB와 관련해 티끌만큼의 불편함도 끼치지 않으려는 보도본부 높은 분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안쓰러울 정도다. 톱뉴스를 통해 MB어천가를 부르는 것도 문제지만 현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내보내지 않거나 단신으로 축소 보도하는 일이 잦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이렇게 기사를 요리하는 곳이 바로 뉴스편집팀, 뉴스제작부의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부서이니, 그 책임자는 핵심 인사가 될 수밖에 없다. 사장 비서실장,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해설위원장, 정치부장, 1TV 뉴스제작 부장… 모두가 '수요회' 모임 참가자들이다. '수요회'가 KBS의 '하나회'로 불리는 이유다.
'수요회'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고, 김인규씨가 KBS 사장이 되도록 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온, 그래서 이런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면 매우 서운해 할 정도로 오랫동안 '김인규의 심부름꾼' 노릇을 잘 해 온 인물이 한 명 있다. 지금 KBS 제주 총국장을 하는 김동주 기자다.
그는 내가 KBS 재임 때 지역기사를 총괄하는 부서인 보도본부 네트워크 팀장을 했는데, 후배 기자가 발로 뛰어 취재한 기사를 관련 회사로부터 청탁을 받고 깔아뭉갠 사건이 터져, 인사 조치된 일이 있다. 후배 기자가 그의 행태를 보도본부 게시판에 폭로함으로써 사건 전모가 밝혀지게 되었다.
김동주 기자는 김인규씨가 사장이 되었을 당시 수원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김인규 사장이 첫 출근하던 날, 수원 근무지를 떠나 서울 여의도 현장으로 달려왔다고 당시 인터넷 언론이 보도할 정도였다. 그는 김인규 사장 취임 첫 인사에서 시청자 센터장(임원급)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이를 가리켜 '보은 인사'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제주 총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음지'에서 나와 당당하게 얼굴 드러낸 '수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