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옥이 쓴 <상식:대한민국 망한다> 겉 표지
해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자본주의의 필연적 종말을 예언한지 150년이 훌쩍 지났으나 자본주의는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던 혁명이 국가사회주의로 변질되어 먼저 종말을 고하였지만, 자본주의는 아직도 끄떡없는 모습이다.
국가사회주의가 붕괴한 이후 신자유주의가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번져나가는 동안 자본주의 종말과 자본주의 이후에 대한 전망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고도로 발달한 생산력이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로 이행하는 길을 열어 줄 수 없다는 것은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그후 '자본주의 종말'에 대하여 새로운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석유 자원의 정점'이 곧 도래한다는 신뢰할 만한 예측들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박승옥이 쓴 <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는 바로 그런 예측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는 책이다.
대한민국 망한다, 자본주의 종말 시간문제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상식은 곧 자본주의가 망한다는 상식과도 통한다. 오늘날 산업자본주의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것은 '석유'다. 아울러 지금까지 산업자본주의를 지탱시키고 있는 저력은 역시 '석유'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이 석유가 밑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석유 속에서 눈을 뜨고 일어나 석유를 쓰고, 바르고, 먹고, 마시고, 그리고 또 석유 속에서 잠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석유화학제품이거나 석유가 들어간 일상생활의 상품들을 적어보자....... 아마 석유가 들어간 이런 물건들을 집 안에서 하나씩 밖으로 꺼내 놓면 집 안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석유를 먹고 마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가 먹는 한 끼 식사도 사실은 90%가 석유와 가스이다. 우리는 지금 석유를 먹고 살아가고 있는, 어떤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호모 오일리쿠스인 셈이다. 논밭을 가는 데도 석유가 들어가고 비료도 농약도 석유이다. 가을걷이에도 석유가 들어가가 포장재도 짚으로 만든 가마니가 아니라 석유로 만든 제품이다." (본문 중에서)
석유로 만든 비료와 농약이 이른바 녹색혁명을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녹색혁명을 이끌었던 바로 그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석유를 비롯한 화석에너지 뿐만 아니라 천연자원과 지하수, 농사지을 땅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 석유회사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의 토탈은 2003년 오일피크는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토탈은 2006년에는 아예 2020년 부근이라고 좀 더 앞당긴 예상치를 내놓기도 했다." (본문 중에서)
오일피크란 석유 생산의 정점을 말한다. 정점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석유 생산이 조금씩 줄어드는데, 50여 개 산유국 가운데 33개국 이상이 이미 생산정점을 지났다고 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땅 속에 있는 석유의 절반 가량인 1조 배럴를 소비하였으며, 현재 기술로 캐낼 수 있는 양은 약 1조4000억 배럴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석유생산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값싼 석유의 시대는 지나갔으며, 조만간 석유는 배럴당 200달러, 300달러로 치솟을 뿐만 아니라 아예 돈이 있어도 석유를 살 수 없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너지 과소비를 충족시켜줄 대체에너지는 없다
사람들은 석유가 없으면 다른 에너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 박승옥은 "정확히 말해 대체에너지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천연가스는 이미 생산국의 2/3에서 채굴량이 감소하고 있고 더구나 유전보다 더 가파르게 고갈 되는 경향이 있다." (본문 중에서)
"샌드오일은 석유 3배럴을 얻기 위해 6톤의 샌드오일을 채굴해야 하고 2배럴의 석유를 써야 한다. 게다가 1배럴의 석유생산에 2.5배럴의 폐수가 나와 거대한 폐호수가 생성될 만큼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본문 중에서)
"대략 450여기의 발전소에서 전세계 에너지의 5%, 전기의 12% 정도를 충당하고 있는 원자력에 대해서는....... 우라늄의 가채연도 또한 50년 남짓할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우리늄은 석유보다 더 빨리 가장 빠르게 고갈되는 자원이다." (본문 중에서)
"메탄 아이드레이트는 심해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메탄가스(지구온난화에 이산화탄소 보다 20~30배 영향을 준다)로 대기 중에 방출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관련되어 지극히 위험한 자원이다." (본문 중에서)
"수소는 자연상태에서는 없다. 그래서 수소는 에너지를 투입해서 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에너지 효율이 지극히 낮다" (본문 중에서)
요약하자면 가스나 원자력, 메탄하이드레이트, 석탄, 수소 기타 어떤 에너지도 석유정점 이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풍력발전의 단가가 원자력 발전보다 낮아지고 태양광 발전 단가가 원자력 발전과 비슷해지고 있지만, 인류의 에너지 과소비를 지탱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