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소판 등 혈액이 부족할 때마다 혈액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직접 헌혈자를 구하기 위해 군부대, 경찰서, 대학교, 길거리 등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안기종
혈액암 환자가족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치료비를 마련해야 하고 환자와 함께 장기간 무균실에 들어가 간병하는 것만으로도 지칠대로 지쳐있다. 이들에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혈액까지 직접 구하게 만드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잔인하기까지 하다.
혈소판 공급 부족으로 매년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악성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혈액암 환자 가족 수천명이 환자 간병도 포기하고 군부대로, 경찰서로, 대학교로, 길거리 등으로 직접 뛰어다니며 혈액을 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까지 계속되었다.
그 전까지 환자는 골수이식을 받기 전에 혈액검사에 합격한 혈소판 헌혈자 15~20명의 명단을 병원에 제출해야 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만일 혈소판 헌혈자 명단을 제출하지 못하면 골수이식이 연기됐다. 하지만, 이식이 연기되면 그 사이 백혈병이 악화되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환자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 학교 친구, 직장 동료들까지 총출동해 헌혈자를 구해야 했고 이런 과정은 혈액암 치료의 필수코스로 인식되어졌다.
환자가족 입장에서 고액의 치료비와 힘든 간병생활은 빚을 내고 좀 고생하면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도 없고 가족이 대신 할 수도 없는 혈소판 헌혈자를 구하는 일은 환자가족에게 너무나 큰 짐이고 고통이었다.
국가인권위 점령한 백혈병 환자와 그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