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 "직영사찰·인사권, 화쟁위 뜻 따르겠다"

봉은사 갈등 7개월만에 봉합... 신도들 "명진 스님은 남아야 한다"

등록 2010.10.24 13:28수정 2010.10.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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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4일 오후 3시 15분]
 
 24일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 모습.
24일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 모습. 이주연
24일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 모습. ⓒ 이주연

"화쟁위의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의 직영사찰 문제에 대해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화쟁위·위원장 도법 스님)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정치 외압' 논란이 불거지며 7개월간 끌어왔던 봉은사 직영사찰 문제가 일단락난 것이다. 11월로 임기가 끝나는 명진 스님은 차후 행보 역시 화쟁위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봉은사 관리인(주지)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신도들의 입장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가 끝난 후 명진 스님은 "종회 때 직영문제에 대해 토론해서 직영 문제가 합당하다면 가면 되고 옳지 않다면 다시 철회할 수 있는 거니까, 내가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인사 문제도 화쟁위에서 결정한 것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지난 22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화쟁위 위원장 도법 스님과 만나 이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징계 역시 한다면 받겠다"며 "(불교가) 어려운 시기에 총무원과 봉은사의 갈등이 애국적으로 봤을 때 좋은 일이 없다는 면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로써 명진 스님은 화쟁위에서 제기한 중재안에 대해 모두 수용 의사를 표명했다.

 

명진 스님 "불교 위기인데 내 입장만 고수하는 건 옳지 않다 판단"

 

지난 12일 화쟁위는 '직영사찰제도 종합적 개선방안 및 봉은사 운영과 문제해결방안'을 총무원과 봉은사 양측에 제시한 바 있다. 화쟁위는 봉은사 문제 해결방안에서 ▲ 포용과 화쟁의 종단운영 ▲ 후임인사 문제는 봉은사가 종단의 인사권을 존중하고, 종단은 징계 문제 등에 대해 봉은사의 입장을 배려해 합리적으로 정리할 것 ▲ 서로 예의와 격식을 갖춰 종도 앞에 참회하고 화합할 것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명진 스님이 강조한 '불교의 위기'는 종교적 갈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 날 법회에서는 일부 기독교 신도들이 봉은사를 방문해 "주님을 믿어야 할 자리에 절이 들어와 있는 것에 마음 아팠습니다"라며 기도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개됐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 편향적 발언과 함께 4대강 공사 중에 발견된 마애불 문화재의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상 상영 이후 명진 스님은 "우리나라에는 남과 북의 이념갈등에, 영남 호남의 지역 갈등까지 있는데 여기에 기독교와 불교의 종교 갈등이 얹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국가적 혼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일부 기독교에서 불교와 영적 전쟁을 선포하는 등 정치권력과 기독교 세력이 불교를 능멸하는데 조그만 옳고 그름과 봉은사 문제를 갖고 내 입장만 고수하는 건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도들 "주지 스님의 뜻 따르겠지만 명진 스님은 꼭 남아야"

 

 24일 일요법회에 자리한 명진스님이 설법을 하고 있다.
24일 일요법회에 자리한 명진스님이 설법을 하고 있다. 이주연
24일 일요법회에 자리한 명진스님이 설법을 하고 있다. ⓒ 이주연

명진 스님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대다수 신도들은 "주지 스님의 뜻에 동참하겠다"는 반응이다.

 

심자재(법명·59)씨는 "직영사찰 문제에 대해 철회했으면 좋겠지만, 주지 스님께서 결단을 내리셨으니 따르겠다"고 말했다. 분당에 거주하는 김동수(68)씨 역시 "총무원과 스님이 직영 사찰 문제에 대해 타협을 하신 것 같다"며 "명진 스님이 봉은사를 떠나실 까봐 직영사찰을 반대했던 건데 스님이 계시는 것으로 정리된다면 (직영사찰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강순례(59)씨는 "스님의 뜻이니까 직영사찰 문제는 따르겠으나 봉은사에 명진 스님은 꼭 남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듯 절의 주인은 신도"라며 "만일 명진 스님이 떠나게 된다면 신도들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명진 스님은 봉은사에 남아야 한다'는 신도들의 입장이 공고함에 따라 차후 명진 스님의 거취에 따라 신도들의 입장도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권을 갖고 있는 인사위원회와 총무원장의 판단에 갈등 봉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봉은사와 조계종 총무원 갈등은 일단락

 

명진 스님의 거취 문제라는 복병이 남아 있지만, 명진 스님이 사실상 직영사찰 전환에 합의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봉은사와 조계종 총무원 간의 직영사찰 전환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동안 직영사찰 전환 문제는 명진 스님이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에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함에 따라 정치 외압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이후 조계종 화쟁위가 출범해 불교계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거듭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화쟁위 측에서 지난 12일 봉은사와 조계종 총무원에 중재안을 제안했고, 이에 대한 답을 이 날 명진 스님이 내놓은 것이다.

2010.10.24 13:28ⓒ 2010 OhmyNews
#봉은사 #직영사찰 #명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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