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이 '위장폐업.청산 철회, 공장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윤평호
1년 전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가 공장 정상화 투쟁을 시작할 무렵 조합원은 97명. 현재는 79명이다. 공장에서 한솥밥을 먹던 18명 동료가 한해동안 투쟁 현장을 등졌다. 경제적인 이유 탓. 가족들에게까지 전가되는 생계난을 견디다 못해 몇몇 동료들은 회사측이 내놓은 특별위로금 수령에 동의하고 투쟁 대열에서 사라졌다.
남은 이들은 떠난 동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떠난 조합원들과 가끔 전화 통화를 한다는 박한주씨는 "어쩔 수 없이 떠난 동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미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공장 정상화 투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며 조합원들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해외 원정투쟁에 세 차례나 동반했던 이대우씨. 지난달 프랑스로 떠난 5차 해외 원정 투쟁단에는 빠졌다. 건강상 이유 때문이었다. 회사측이 공장에 단행한 단전·단수로 불편한 잠자리, 불규칙한 식사, 그리고 오랜 스트레스로 안면근육수축증이 발병했다. 의사는 스트레스 조절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 권고하지만 '먹튀' 자본과 질긴 싸움에 스트레스가 없을 수 있을까.
다른 조합원 처지도 비슷하다. 단국대천안병원 산업의학과 노상철 교수는 지난 2월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를 찾아 노동자들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노 교수는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와 지금 건강상태를 비교할 때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특히 일부 조합원은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이택호(40) 지회장도 그새 몸무게가 7~8㎏ 빠졌다.
녹록치 않은 여건에서도 한해 동안 공장정상화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택호 지회장은 두 가지를 언급했다.
"발레오 자본이 왜, 공장 청산을 결정하고 전원 해고를 했는지, 아직도 뚜렷한 이유가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발레오공조코리아는 2008년 한해만 순이익 28억 원을 기록한 우량 공장이었습니다. 단물만 빼먹고 철수하는 먹튀 자본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1년 이상 장기화될 것이라고 생각 못 했지만 힘든 시간을 견디고 지지해준 조합원 가족과 지역단체, 다른 노동자들 도움 때문이라도 반드시 공장 정상화를 실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