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성 대표는 낙지파동과 관련, "과학 좋아하는 오세훈 시장은 낙지 출처가 어딘지부터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이주빈
예상 밖이었다. 세상이 온통 '낙지파동'으로 들썩이는데 정작 '낙지로 먹고사는' 그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까닭을 물었다.
"우리가 비록 힘없는 어민이지만 우리 낙지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렇게 좋아하는 과학적 진실을 위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시 행정은 심하게 말하면 너무 비열합니다."
양태성 신안 갯벌낙지영어조합법인 대표는 21일 전남 신안군 압해도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싸움, 우리 어민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며 어민들이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댔다.
양 대표는 낙지파동이 발생하자 꾸려진 전남 신안·무안 지역 어민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신안과 무안은 '갯벌 낙지'로 명성이 자자하고 매년 약 430억원 매출을 기록하는 낙지 주산지다.
양 대표는 "서울시가 사실관계도 숨긴 채 약속까지 파기하며 어민을 두 번 죽였다"고 분노했다.
"다른 얘긴 거두절미하더라도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낙지가 어디 산인지 왜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왜 밝히지 못합니까? 처음에 서울시는 검사한 낙지 9마리 중 6마리는 중국산이며 3마리는 국내산이라고 했습니다. 국내산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구룡포산이고, 또 한 마리는 완도산인데 한 마리에 대해선 어디 산인지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룡포산이라던 낙지는 검찰 수사 결과 중국산으로 밝혀졌어요. 또 완도산이라고 주장하는 낙지도 우리는 100% 국내산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나머지 한 마리도 산지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서울시 당국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양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내용이다. 오세훈 시장이 '과학적 진실'까지 운운하며 위해성을 강조했던 낙지의 산지가 모두 국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대체 어느 곳의 낙지를 가져다, 어떤 부위를 검사해 낙지에게 '중금속 감염식품'이란 딱지를 붙인 걸까. 또 양 대표는 무슨 근거로 이 낙지가 국내산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것일까.
양 대표는 '가설'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그리고 서울시와 오 시장에 대해서 과학을 말하기 전에 사실부터 밝히라고 요구했다.
"완도산? 서울시가 밝힌 시기엔 잡지도, 서울로 보내지도 않았다"양 대표는 우선 서울시가 완도산이라고 밝힌 낙지는 완도산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부인했다. 서울시가 시료채취용 낙지를 구입한 날이 8월 13일인데 완도에선 8월 9일까지 낙지 금어기였기 때문에 살 수 있는 낙지 자체가 없었다는 것. 8월 13일 정도면 낙지가 어른 엄지손톱만한 크기에 가격은 마리당 6천원을 호가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낙지잡이 어민들도 일부러 잡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서울 노량진시장으로 낙지를 운송하는 업체는 두 곳인데 두 곳 모두 그 당시엔 완도에서 낙지를 싣고 서울로 간 적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어민들이 잡지도 않은 완도산 낙지를, 운송업체가 운반하지도 않은 완도산 낙지를 서울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샀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문제가 된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중국산임이 밝혀졌고, 완도산이라고 했던 한 마리는 추적해보니 확실하게 완도산이 아니고, 나머지 한 마리는 서울시 자체가 입을 다물고 있다"며 "어떻게 과학을 말하며 사실관계를 은폐하고 조작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과학을 좋아하는 오 시장은 자신 있으면 낙지 출처부터 밝혀보라"고 요구했다.
"신안이 어떤 곳입니까.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존지역입니다. 무안이 어떤 곳입니까. 람사르협약이 지정한 갯벌습지보존지역입니다. 말 그대로 청정한 지역입니다. 그런 곳에서 나는 낙지가 얼마나 청정하겠습니까. 오 시장은 과학을 팔아 청정지역을 오염지역으로 낙인찍고, 자연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어민들 가슴에 대못을 두 번이나 박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