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령산 위령탑
박도
박씨는 택시기사 핑계를 대면서 중턱 정류장에서 지형설명을 하면서 끝내려는 눈치라, 택시에 내리자마자 안내판을 보고 내가 앞장서서 203고지로 올랐다.
일본군의 러일전쟁 대승첩지 때문인지 그날도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두 그룹이나 보였다. 20여 분 헐떡이며 오르자 마침내 이령산(爾靈山) 정상의 위령탑과 러시아군 포진지, 일본군 280미리 유탄포 전시장, 관망대가 나왔다.
이령산 정상에서 보는 뤼순 항은 마치 우리나라 남해 다도해처럼 잔잔한 바다에 여러 개의 섬들이 방파제로 천혜의 군항이었다. 그런 탓인지 이 군항은 청나라가 1882년 현대적 군항으로 개발하여 1890년에 개항했다가 청일전쟁 후 일본에게 빼앗겼다.
그 뒤 러시아가 일본을 밀어내고 차지했다가 1905년 러일전쟁 후 일본이 다시 빼앗아 40여 년 간 일본 군항으로 썼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패전한 뒤 다시 러시아가 차지했다가 1955년 중국에게 돌려주었다. 뤼순 항은 천혜의 아담한 아름다운 군항으로,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팔자가 아주 드센 군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