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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뽑는 '신의 직장' 리스트에 개근하고 있는 한국전력(한전)은 4위에 올랐다. 한국전력과 관련 회사들은 성과급과 퇴직금을 과다 지급하고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을 무상 지원하는 등 올해도 변함 없는 활약을 보였지만 레퍼토리가 항상 똑같다는 지적을 받아 4위로 밀렸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실태'에 따르면 한전은 2007년부터 올 3월까지 직원 1957명에게 성과급 전액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과대계상하는 방법으로 퇴직금 149억 원을 더 지급했다. 또 계열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11개사도 퇴직금 269억 원을 더 챙겨줬다. 퇴직 직원들을 우대하기 위해 성과급은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지침도 무시했다.
또 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상 금지돼 있는 대학생 학자금 무상 지원도 이루어졌다. 한수원 11개사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임직원 자녀 6700여 명에게 대학생 학자금 435억 원을 지원했다.
특히 남동발전, 남부발전 등 7개 계열사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경영평과 성과급도 279억 원이나 과다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을 위해 감사원의 지적이나 정부의 지침을 깨끗이 무시한 것은 물론이다. 참고로 한전은 758명의 임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어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 중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은 공기업 중 하나다.
'신의 직장' 부분 아차상 신의 직장으로 가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톱 4에 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공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 만큼은 높이 산다.
[농어촌공사] 남다른 직원 사랑농어촌공사는 지난 해 사업을 집행하고 남은 돈 60억8000만 원을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나눠줬다. 그리고 이를 2009년 경영실적 보고서 작성 때 누락해 입을 씻었다. 남는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공사 사장의 직원 사랑이 남다르다. 또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 중고등학교 자녀 학자금으로 177억 원을 지원하고 대학생 자녀 학자금으로 391억9000만 원을 무이자 대출해 준 것은 애교로 봐줄 만하다.
[수협중앙회] 남다른 임원 사랑반면 공적자금 1조1518억 원이 투입된 수협중앙회는 임원들만 챙기는 모양이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지난 5년간 임원들에게 퇴임공로금으로 19억6000만 원을 지급했다. 2005년부터는 신용대표이사, 감사위원장, 신용부분 상임이사 등 일부 임원에게만 12억6900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풀었다. 같은 기간 일반 직원들에게는 국물 한 방울 없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치활동은 자유롭게 직원들의 정치활동을 활발하게 보장하는 공기업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선거 때마다 8명 가까이 출마자를 배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인원 23명이 공직 후보에 입후보했다. 직장 다니면서 선거 운동은 어떻게 할까 싶지만 걱정 없다. 유급휴가를 내면 된다. 떨어지면? 아무일 없다는 듯이 복귀해서 일하면 된다.
[한국가스공사] 'T.O.P'스런 직원 사랑한국가스공사의 직원 사랑은 감사원의 권고를 '씹을' 만큼 T.O.P(커피 CF에서 유래- 진하다, 독특하다는 의미)스럽다. 지난 1998년 인건비 예산을 조정해 전 직원에게 지급하던 중식보조비와 교통보조비를 기본급에 통합했는데도 이를 중복지급해 온 것이다. 2008년 감사원은 중복지급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올 1월까지 전 직원에게 중식보조비와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109억 원을 지급했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대로 "가스공사 직원들은 점심을 두 번 먹는 모양"이다.
[한국연구재단] 예산 전용도 마다하지 않는 용기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모든 직원에게 연구수당과 특별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했다. 액수는 총 40억 원, 직원 333명에게 1인당 평균 1200여만 원 꼴이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재단 측은 사업비 잔액 미반납, 예산 임의 전용 등을 통해 두둑한 보너스 보따리를 풀었다. 기획재정부는 1.7% 한도로 인건비 인상을 억제하라고 했지만 연구재단은 '특별 보너스'를 통해 11.1%의 인건비 인상 효과를 누렸다.
[후기] 만국의 노동자가 신의 직장에신의 직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국민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들이 좋지 못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지나치게 과도한 혜택을 누리는 것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신의 직장' 수준의 임금과 후생복지를 누릴 수 있기를, 취업준비생이라면 그런 신의 직장에 취업하기를 희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의 직장'의 수준을 깎아내리는 하향평준화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제대로된 수준의 임금과 복지 혜택을 누리는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만국의 노동자가 신의 직장인이 되는 날'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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