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국민임대주택 상담센터에서 안양 관양지구 A-1블록 국민임대주택 일반공급 1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선대식
이날 청약접수 창구에서 만난 유진희(가명·49)씨. 청약 접수가 진행되기 직전, 상담센터를 찾은 그가 뽑아든 번호표는 754번. 그는 "안양에서 거의 유일한 국민임대주택 단지이고, 위치도 좋다 보니 경쟁률이 정말 세다"고 말했다.
유씨는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전세로 인한 고통 탓이다. 그는 최근 경기 안양시 관양동에 있는 49.5㎡(15평) 규모의 연립주택으로 이사했다. 이사 전 비슷한 규모였던 주택의 전세금은 6500만 원. 이사한 곳의 집주인은 500만 원을 더 달라고 했다.
남편의 사업이 망해 유씨 혼자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500만 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학생인 두 자녀가 현재 휴학 중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유씨가 청약 접수한 관양지구 국민임대주택 전용면적 46㎡(20평)형의 임대보증금은 3870만 원. 임대료(월 26만4000원)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전세난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다른 대안은 없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을 많이 짓는다고 하지만, 집값이 최소 2억~3억 원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며 "국민임대주택, 시프트(서울시 장기전세주택) 같은 주택을 많이 짓는 게 전세난에 고통 받고 있는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약 예정자 민현석(가명·44)씨 역시 "임대주택이 많다면, 전세난으로 인한 고통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그는 현재 안양시 호계동의 75.9㎡(23평)형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금은 1억2000만 원이다.
임대차계약을 1년 6개월 남겨둔 민씨는 "최근 전세 시세가 1억50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며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전용면적 55㎡(24평)형 청약을 접수했다. 임대보증금은 4610만 원, 월임대료는 31만4000원이다.
월임대료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보증금 100만 원(1600만 원 한도)을 추가 납부할 때마다 그에 대한 이자(2009년 기준 전환이율 8%를 적용해 월 6670원)를 월임대료에서 빼주는 제도(전환 보증금 제도)를 이용할 경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는 "비싼 집값 때문에 분양주택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게 주거안정의 유일한 길"이라며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되면, 현 아파트 전세금과 임대아파트 임대보증금의 차액을 가게에 투자할 수 있고 또한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자녀들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분양주택 늘고 임대주택 줄어... "전세난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