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화면 도로에 굴러다니는 밤송이들. 차들이 밟고 지나가서 으깨진 밤들도 보인다.
오창경
지금 우리 동네에선 알밤이 그냥 발에 채인다. 도로가까지 늘어진 밤나무에서 알밤이 자동차 앞으로 툭 하고 떨어지는 일도 있다. 그 만큼 우리 동네에는 밤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올해는 여름에 비가 잦아서 밤 수확량도 줄었고 수확 시기도 늦어졌지만 밤 자루를 어깨에 둘러메고 힘겹게 밤 수매장을 찾는 어르신들부터 한 트럭 가득 밤 자루를 싣고 온 젊은 농부까지, 요즘 충남 부여 충화면이 들썩거리고 있다. 하늘이 높고, 논에는 벼가 수채화처럼 물들어가고 밤 자루가 창고에 쌓이는 이 가을날이야 말로 시골에 사는 맛이 나는 시기이다.
밤나무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높지 않은 산지에서 잘 자란다. 부여군 충화면은 낮은 산지가 많은 대신 너른 들판이 부족해 시설 하우스 재배 단지보다는 산지를 이용한 농업이 발달했다. 밤과 표고 버섯이 충화면에서 주로 생산되는 농산물이다.
부여군 충화면에서 밤나무를 만 평 정도 재배하고 있는 송기선(53) 이장 단장에 따르면 "충화면의 밤 재배 면적은 해마다 늘고 있어서 좋은 품종의 밤나무를 심고 있으며 친환경 약제와 유기질 비료의 사용으로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는 "밤을 응용한 가공식품과 요리법이 보급돼서 밤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신바람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