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서마을 바닷가 풍경. 썰물 때마다 열리는 바닷가 길.
성낙선
홀통유원지를 나와서는 바로 해제반도를 벗어난다. 해제반도에 들어선 지, 3일만이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찾아가는 땅 역시 반도다. 팔자 한번 기구하다. 그 반도는 무안군 운남면으로, 통상 운남반도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 지역 역시 해제반도와 마찬가지로 무안군과 가느다란 땅줄기 하나로 간신히 연결이 되어 있다.
먼저 운남면으로 들어서기 전에 망운면 목서마을을 지나간다. 그곳의 바닷가에서 한 아저씨를 만난다. 목에 조그만 플라스틱통을 걸고, 손에는 삽을 들고 있다. 플라스틱통이 꼭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곤충 채집 상자 같다. 막 바다에서 나오는 길인데, 무엇을 잡아가지고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플라스틱통 안을 보여주는데, 그 안에 펄과 모래로 뒤범벅이 된 갯지렁이가 잔뜩 들어 있다. 숭어 미끼로 쓰려고 잡았단다. 갯지렁이는 펄 깊숙이 몸을 파묻고 있어 잡기가 쉽지 않다. 자연히 갯벌을 깊게 파헤쳐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세상에 미끼 잡는 일이 이렇게 힘든데, 숭어는 또 어떻게 잡을까?
조금나루유원지 가는 길에 잠깐 거쳐 가는 외덕마을 앞바다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다 깊숙이 300여m 떨어진 작은 섬까지 바닷길이 열려 있다. 물이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멘트길이 바닷물로 축축하다.
물에 젖어 검은 빛이 감도는 길이 표면은 햇빛을 받아 희끗희끗 하얗게 번득인다. 어딘가 모르게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길이다. 물기가 마르지 않은 데다 해초까지 덮여 길이 상당히 미끄럽다. 몇 발자국 옮겨 딛지 못해 다시 되돌아 나온다.
쓰러진 세발낙지 동상,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