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하게 매달려 있는 호박들. 불안함 속에서도 풍요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조종안
요즘 농촌은 잘 익은 호박 따랴, 벼 수확하랴, 서리 오기 전에 고추 따랴, 깻잎 따랴, 고구마 캐랴 정신이 없는데요. 우리 마을 농민들도 고단한 몸을 추스를 사이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논밭에서 지냅니다.
면사무소 방향 골목 집 담벼락에는 잘 익은 호박 세 덩이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물기가 다 빠져버린 줄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위태위태한데요. 하잘 것 없는 호박도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옛날에는 여름철에 나오는 호박을 '애호박',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따는 호박은 '늙은 호박'이라고 했습니다. 검은콩이 줄줄이 박힌 호박떡과 어머니가 몸에 좋다며 끓여주시던 달착지근한 늙은 호박국이 생각납니다. 호박 얘기하니까 군침이 도네요.
늙은 호박 껍질을 수저로 벗겨 국을 끓이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그만입니다. 당뇨에도 좋고, 다이어트 식품으로 따라올 음식이 없으니까요. 국을 끓이는 방법도 쉽고 간단합니다. 호박을 얇게 썰어 물을 적당히 부어 끓을 때,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양념으로 깨소금을 조금 넣으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