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평등법 발효... "모든 차별은 가라!"

[해외리포트] 각종 차별금지법 통합 정리

등록 2010.10.14 10:58수정 2010.10.14 10:58
0
원고료로 응원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 <메이드 인 대거넘> 한 장면.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 <메이드 인 대거넘> 한 장면.김용수

여성 노동자들을 그린 영화 <메이드 인 대거넘>

자동차 공장에서 동등한 임금지불을 위해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그린 영화 <메이드 인 대거넘(Made in Dagenham)>이 지난 1일 영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개봉 상영됐다.

이 영화는 지난 1968년 영국 남동부 에섹스에 있는 자동차 회사 포드 공장에서 200명의 여성 근로자들이 동일 직종 남성과 동등한 임금지불을 요구하며 시위(거리행진)를 벌였던 사건을 그린 영화로 당시 영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포드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행동은 2년뒤 1970년 영국에서 평등임금지불법(The Equal Pay Act)이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배우 샐리 호킨스가 여성 노동자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그 당시 상황을 실제 겪었던 사람들을 만났을 정도로 배역에 관심을 가진 영화로, 영화감독 나이젤 콜(Nigel Cole) 역시 이 영화는 영국 여성 노동자들의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기쁜 이야기이며 특히 관련 여성들의 '영국의 정신'이 쉽게 전달되도록 영화를 기획하였다고 했다.

평등임금지불법 이후, 영국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성과 연령으로 인한 차별금지, 인종 차별금지, 장애인 차별금지 등 여러 종류의 각각 차별금지법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왔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법의 진행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법 제정 이후에도 불평등과 차별이 지속된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관한 대응과정이 느리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어왔다.


모든 차별금지법을 통합 정리한 '평등법'

그것이 지난 1일 '평등법 2010(이하 '평등법')'이란 하나의 단일법으로 통합정리되어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평등법에 따라서 사람은 연령, 장애, 성별, 결혼과 시민 파트너십, 임신과 출산, 인종, 지역, 종교와 믿음, 성 결정과 성전환 등에 차별을 받지 않고 법에 의해 보호되며, 집단 내에서 차별이나 괴롭힘,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행위나 사기 등의 행위는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

'평등법'은 1997년 노동당 정부의 마지막 평등장관 하리엣 하만(Harriet Harman)에 의해 재정립 된 것으로, 하만은 40년 전 평등임금지불법 이후 분산되어 있던 100여개 이상의 법률과 2500여 페이지 법률 안내서 코드를 통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평등법은, 예로 외국 여성일 경우라도 이전보다 좀 더 넓은 법적 보호망으로 세밀한 기준을 적용하여 엄격하게 차별을 금지하는 이중차별 금지를 비롯하여, 채용과정에서 동등한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집단에게 채용 차별을 사전에 막도록 고용주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평등법은 또 채용과정에서 직무수행 확인을 이유로 '지원자의 장애 또는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불법임을 명시하여 장애인이나 기타 건강상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불공평하게 배제되는 지원자가 없도록 사전에 막도록 하였다.

또한 채용 후 고용계약에 임금이나 보너스 지불 등에 관해 동료들과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는 임금비밀 조항을 폐지하여 채용 이후 직장동료간의 임금지불 차별에 관해 의논할 수 있게 하였으며, 동일 업무 남성과의 임금차별에 대해 언제든지 고용주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평등법은 250명 이상의 민간부분 사업장 고용주에게 의무사항을 부과하여 남녀간의 임금차이를 공개하도록 하였으며, 150명 이상의 공공 부분의 조직 역시 2011년부터 공개하도록 했다.

보수당은 지난 선거에서 남녀 임금차이 공개 조항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최종 시행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평등법으로 영국은 공공부문의 모든 조직과 사업장으로 하여금 크기의 규모나 형태에 관계없이 민간부분의 모든 사업장까지 평등을 개선시키고 임금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을 모든 고용주의 책임으로 명시하고 있다.

 보수당 평등장관 데레사 메이는 '평등법'에 대해 "영국 역사상 최악의 법"이라고 혹평했다.
보수당 평등장관 데레사 메이는 '평등법'에 대해 "영국 역사상 최악의 법"이라고 혹평했다.텔레그라프

"새로운 경제질서 위한 기회" Vs. "영국 역사상 최악의 법"

보수-자민 현 연합정부의 평등장관 데레사 메이(Thersa May)는 "평등법은 몇몇 기업 고용주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전 노동당 정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정책으로 영국 역사상 최악의 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합정부의 자체평가 역시 평등법 시행으로 기업에게 대략 3420억원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민간부분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임 노동당 정부의 평등장관이었던 하만은 언론 인터뷰에서 "평등법은 새로운 경제질서를 위한 기회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 질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회적 엔진 없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므로 법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업리더, 변호사 그리고 전문가들 역시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의 건강에 대한 질문을 금지시키도록 한 것 등 평등법의 긍정적인 면에 동의하고 있다.

연합정부의 사회복지예산 25% 삭감 계획과 그로인해 나타나는 여러가지 영향에 관한 찬반논쟁으로 연일 뜨겁게 논쟁중인 영국에서 지난 노동당 정부가 만든 평등법은 사회 전반에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정'에 대한 이슈가 단지 메아리 수준에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법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2010년 10월 영국에서 출발한 평등법이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는 적지않을 것이다.

법과 제도의 보호아래 한국 사회 저변의 취약계층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공정하고 형평한 한국 사회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평등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5. 5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