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율촌면의 한 중심인 사거리 풍경. 한적하다.
전용호
여수반도로 내려가는 길, 순천시와 여수시 경계에 율촌면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여수시 율촌면이지만 생활권은 여수와 순천 어느 쪽으로든 적당한 거리에 있다. 율촌면 소재지는 선 하나로 행정구역이 갈린다. 17번 국도에서 벗어나 율촌면으로 들어오다 보면 행정구역을 알리는 안내판 하나로 여수인 줄 안다.
'율촌'(栗村)하면 떠오르는 건 가을에 잘 익은 토실토실한 밤이다. 옛날에 밤나무가 엄청 많아서 '율촌'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하지만 지금은 밤으로 유명하지 않다. 밤나무 농사를 짓는 곳도 없다. 그 많던 밤나무는 어디로 갔을까? 율촌에서 밤나무가 없어진 사연이 있다.
조선시대 율촌 지역은 순천부 관할이지만 전라좌수영 관할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세금도 양쪽에서 걷어가게 되고, 밤나무가 많은 율촌에서는 밤으로 세금으로 내야 했다. 숙종 때(1687년) 순천부사 이봉징은 좌수영에서 정한 밤 세금이 과다하여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 밤나무를 베어 버리라고 했고, 면민들은 자발적으로 도끼를 들고 나와 밤나무를 모두 베어 버렸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배 째라?'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율촌을 찾은 이유는 이 작은 도시(도시라고 할 것도 없지만), 군청 소재지가 아닌 시골 면단위 행정구역에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가 4개나 있기 때문이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도 찾아보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한적한 소도시를 여유 있게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