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교양프로그램 'W'를 만들었던 박정남 프리랜서 PD는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MBC, 'W'라는 브랜드 가치를 생각했다면 없애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호
2007년, 나이지리아 무장단체가 현지에서 근무하던 대우건설 직원을 납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언론들은 직원들의 납치 사실과 귀환 여부에만 초점을 맞췄다. 무장단체가 왜 납치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는 그 누구도 다루지 않았다. 그때 현지에 들어가 주민을 인터뷰한 언론사가 있었다. 5m 앞에서 석유가 나오지만 정작 먹을 물조차 없어 굶주리는 상황에 놓인 주민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주민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 납치라는 극단적 수단을 선택했음을 보도한 곳이 바로 MBC <W>였다.
그 <W>가 폐지된다. 높은 제작비 대비 '효율성'이 없다는 것이 김재철 MBC 사장의 판단이다. 프리랜서 PD로 MBC에서 일하며 나이지리아 현지 취재를 맡았던 박정남 PD는 "국제사회 흐름에 대해서 우리 시각으로 보는 국제뉴스를 만들려고 한 국내 유일의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W>가 처음 만들어진 2005년부터 4년간 <W>와 함께하며 약 50편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지금도 외국 현지 코디네이터와 <W>팀 사이의 다리 구실을 하는 등 <W>와 맺은 인연을 놓지 않고 있는 <W>의 식구다. 그에게 <W>는 돌아가고 싶은 친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돌아갈 곳이 사라지게 되었다.
"<W>라는 브랜드 가치 생각했다면..."12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박 PD는 "MBC, <W>라는 브랜드 가치를 생각했다면 없애지 못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W> 폐지 직전에 사측이 제작비를 올려주고 김혜수씨를 MC로 세운 것에 대해서도 "쥐약을 먹인 것 같다"며 "제작비를 올려준 다음에 왜 이렇게 제작비를 많이 쓰느냐고 없애버린 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공영방송인데도 SBS보다 시사보도 프로그램 비율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웃긴 거예요. <W>와 <후 플러스>를 폐지하고 그 대신 <여배우의 집사>,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이 편성된다죠. 정말 쪽팔리지 않아요? 어떻게 케이블을 따라하죠? MBC가 그렇게 먹고살기 힘든가, 뭐하는 짓인가 싶죠. 상당히 괜찮은 회사인데 뭐 하나 바뀌어서… 아니지 두 개 바뀌었구나. 하나 바뀌면서 연쇄 작용으로다가 같이 바뀌는 바람에 이렇게 됐어요." 박 PD가 바뀌었다고 말한 '두 개'는 대통령과 MBC 사장 자리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재철 사장 취임 후 제작 환경이 대폭 바뀌었다는 말이다. 박 PD는 "지금의 MBC는 엉망이지만 구성원들의 저력이 있으니 앞으로의 MBC는 본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며 "<W>의 시즌 2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정남 PD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W> 제작 초기부터 함께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취지로 만든 프로그램인지. "우리나라는 국제관계가 없으면 먹고살 수가 없는 나라잖아요. 그런데 해외에 대해서 너무 몰라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위치가 어디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접근이 필요했죠. 그런 면에서 꼭 필요한 방송이었어요.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고민은 국제사회 흐름에 대해서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뉴스가 아니라 우리 시각으로 보는 국제뉴스를 만들자는 거였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는 공헌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W>가 중요시했던 것 중 하나가 스트레이트성 뉴스가 아니라 그 이면을 보자는 거였죠. 2007년에 나이지리아에서 무장단체가 대우건설 직원을 납치한 일이 발생해 취재하러 나이지리아에 들어갔었죠. 다른 뉴스는 석방 여부, 밖에 보이는 모습만 방송하고 말지만 우린 납치 배경에 대해 찍었습니다. 원주민을 만나러 직접 현장에 가니까요. 가보니 5m 앞에서 유전이 터지는데 주민들은 먹을 물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악에 받쳐서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납치해 협상하려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뉴스에서는 다뤄지지 않잖아요. 이런 역할을 유일하게 하던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겁니다."
- 구성원들 사이에서 <W>가 갖는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정말 남달랐죠. 다들 굉장히 좋아했어요. 내부에서도 프로그램 개편 때 옮기고 싶은 프로그램 1순위가 <W>였을 정도였으니까요. 프로그램 자체에 무게가 있으니 다들 욕심을 냈어요. 외부 강연을 나가고 하면 <W>에 대한 질문을 무지하게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W>를 만든 게 영광이었어요."
- 대략 몇 편이나 제작하셨나. "2005년부터 4년 동안 50편 정도 했어요. 가장 최근에 제작한 건 페루의 '시장과 인간, 사람들' 시리즈였어요. 해발 3000m가 넘는 곳에 천일염 생산 염전이 있는데 그 소금으로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나, 그런 얘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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