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중개업체 게시판 국제결혼을 하고자 하는 회원이 올린 글로, 국제결혼은 운이 좌우한다는 글이 올라 와 있다.
고기복
모 업체 게시판에 올라온 '맞선볼 때 운이 엄청 좌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는 또 다른 불법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이트에 보니까, 맞선 보러 신부들이 30명 정도 나온다면, 이쁜 여성들이 30명 중 7명 이상 있는 반면 다른 시기, 다른 달에 나온 20명 가운데에는 이쁜 여성들이 한 명도 없는 것을 볼 때 얼마나 남자들이 맞선보러 갈 때 운이 좌우하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위 게시글은 '집단 맞선'이 결혼중개업체에 의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 한국 남성은 집단 맞선을 통해 보통 20~30명, 심지어는 200~300명의 후보 여성을 만나 볼 수 있다. 반면, 여성들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힐 경우 중개업체에서 맞선 기회를 다시 주지 않거나, 그동안 들어간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 때문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집단 맞선이 불법이라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서, 일대일 맞선 방식으로 많이 전환되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남성들은 맞선본 상대를 거부할 수 있는 반면, 여성들은 거부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필리핀은 물론이고, 베트남 결혼 가족법, 몽골 시민등록법(13조), 캄보디아 국민과 외국인간의 결혼방식과 절차에 관한 시행령(2008) 등에는 이러한 집단 맞선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베트남 혼인가족법(06.6.21) 14조(혼인등록)는 "혼인을 등록할 때는 쌍방인 남녀가 함께 출석하여야 한다. 혼인기관 대표가 쌍방의 의사를 확인하고 쌍방이 혼인에 동의하면 혼인기관대표가 혼인증서를 교부한다"고 적시하여 '쌍방인 남녀'를 결혼당사자로 규정하고, 집단 맞선과 같은 불법적인 중매를 통한 혼인을 불허(16조 1항 3호)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여성들을 한꺼번에 세워놓고 남성에게 고르게 하는 '인신매매식 결혼 중매알선'을 중범죄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불법 영업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게시글들이 버젓이 게재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은 관계 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감시를 비웃으며 여전히 성업중이다.
'불법' 행하는 결혼 중개업 관리감독, 형식에 그쳐선 안 돼그럼 불법을 행하는 결혼 중개업체들과 이주여성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천안 다문화 공생센터의 김기수 소장은 "각 지역에서 국제결혼을 꼬드기는 '마담'들에 의해 모집된 이주여성들은 맞선을 보기까지 집단생활을 하며,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고, 한국문화 등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결혼이 성사되지 않고 집단생활이 길어지거나, 결혼 취소 의사를 밝혔을 때에는 그동안 지출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 돌아가게 돼 가급적 결혼을 빨리 성사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여성들은 결혼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결혼 중개업체들에 대한 관계당국의 관리감독이 형식에 그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김 소장에 의하면 현행 국제결혼은 이주여성들이 결혼 중개업체들에게 철저히 예속되는 갑과 을의 구조로, 출국 후에도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이 자신들의 불법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관계 공무원들과 관련 NGO들은 위와 같은 사실을 모니터링 할 수 없었을까. 간단하게 인터넷에서 국제 결혼중개업을 하는 업체들 홈페이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 그들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까?
결혼 중개업 관리에 관한 법은 외국 현지법령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록 결혼중개업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영업정지 등)는 외국 현지법령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한해 영업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관계 당국이 관심을 갖고 살핀다면 충분히 부도덕한 영업을 하는 결혼중개업체들을 단속할 수 있다.
지난 7월 8일 일어난 베트남 신부 탓티황옥 살해 사건 등 국제 결혼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비단 당사자뿐만 아니라 불법 영업을 일삼는 결혼 중매업체와 그런 결혼 중매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 부처, 담당자들까지 져야 한다. 그래야 해당 기관에 대한 문책과 시스템 점검이 이루어지고 진정한 반성과 함께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국제결혼을 부추기고 막대한 이윤을 획득하는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제결혼을 하는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일정 교육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자국어로 된 배우자에 대한 정확한 신상 정보 제공, 범죄 경력 조회 등을 국가가 제공하되 배우자 국가에 대한 문화, 언어 등에 대한 교육은 선택 사항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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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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