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에 나온 내용들. 대개 북한, 중국, 구소련은 나쁘게 표현하고 남한과 연합군은 상대적으로 선량한 것처럼 내용을 꾸몄다. 인민재판, 인민군이 민간인을 죽인것에 대해선 자세히 나오고 국군이나 미군이 민간인을 죽인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윤성근
비전문가인 내가 알고 있기에도 당시 한반도 정세는 중국과 구소련, 미국 등에 의해 위태로운 상태였다. 더구나 해방 이후 한반도는 두 개 나라로 갈라졌고 북쪽엔 좌익성향이 짙은 김일성, 박헌영이 실세로 나서고 남쪽에선 반공정신 투철한 이승만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늘 전쟁의 위험에 떨었다. 게다가 남쪽에선 이승만의 북진 정책에 반대하던 김구가 안두희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이승만의 정치적 정적은 정리됐다.
그런 가운데 1949년까지는 휴전선 근방에서 수백 차례나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때였다. 아무리 초등학생용 만화라지만 한국전쟁을 김일성의 단독 행동으로 단정 지으며 그를 악마 같은 존재로 만들다니….
이것 외에도 이승만이 반공포로를 단독으로 석방한 일을 아주 멋진 일로 표현한 것(이건 당시 휴전 협상 진행과 관련하여 설명이 필요하다), 전쟁 중에 인민군들이 민간인을 많이 죽인 것을 말하면서도 국군이나 미군이 민간인을 죽인 것(노근리 사건 같은)은 전혀 말하지 않은 점 등은 이 만화가 얼마나 단편적인 사실로만 가지고 한국전쟁을 그렸는지 보여준다.
은평구청도, 은평구 교육의원도 모르는 만화책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만화책을 은평구 내에 있는 몇 개 학교에 일괄로 지급하고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쓰게 했다는 거다. 아이들이 말하길 이 만화를 볼지 안 볼지, 만화를 보고 독후감을 쓸지 안 쓸지에 대해서 선택권이 없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 만화책은 교과부나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 누가 그랬을까?
만화책 표지엔 은평문화원에서 진행하는 '독후감 쓰기 이벤트' 소개 글이 붙어 있었다. 그렇다면 은평문화원을 통해 각 학교로 전달된 것일까?
박인호 은평문화원장은 7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널리 읽혀 한국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에 따르면 문화원에선 은평구 관내 10여개 학교에 만화책을 전달하고 독후감 이벤트를 하도록 권유했다.
실제로 은평구 녹번초등학교는 이 만화를 읽고 독후감 대회를 열었다. 은명초등학교 아이는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은평문화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감상문을 올리기도 했다. 은평문화원은 지난 8월에 독후감 이벤트를 진행한데 이어 올 10월 말까지 우편과 인터넷으로 2차 독후감 응모를 받고 있다.
은평구청에서 지급하는 예산으로 운영되는 은평문화원. 은평구청은 이런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은평시민신문>과 함께 확인한 결과 은평구청 문화체육과 문화원 담당자는 은평문화원에서 6·25관련 반공교육 만화책을 구입하고 각 학교에 지급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