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필요한 곳에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

[인터뷰] 인천시민합창단 '평화바람'의 최경숙 지휘자

등록 2010.10.07 19:50수정 2010.10.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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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평화를 노래하는 ‘평화바람’ 합창단원들.<사진출처ㆍ평화바람 온라인 카페>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평화를 노래하는 ‘평화바람’ 합창단원들.<사진출처ㆍ평화바람 온라인 카페> ⓒ 이정민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평화를 노래하는 ‘평화바람’ 합창단원들.<사진출처ㆍ평화바람 온라인 카페> ⓒ 이정민

 

"평화바람이라는 뜻은 누구나 노래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차이와 차별 더 나아가 전쟁 없는 평화의 세계를 구현함을 의미합니다. 합창이라는 장르가 가진 편함과 공동체적 커뮤니티의 속성, 그리고 옳은 것을 위해 끊임없이 논쟁하면서 화합의 길을 만들어가자는 회원들의 바람이 더해져 시민합창단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되었습니다."

 

최근 인천문화재단이 후원하는 '2010 예술이 노니는 마을 레지던스 프로그램(공간 대여)'의 지원을 받아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하는 커뮤니티 공간인 카페 '이야기 집' 오픈식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최경숙(39) '평화바람' 지휘자는 순수 아마추어 동아리 모임인 '평화바람'의 가치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평화바람'은 2008년에 창립된 순수 아마추어 예술단체다. 단원들을 뽑을 때 공개 오디션조차 없었고, 성악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이 별로 없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시민들이 모여 바람을 현실로 일궈왔다.

 

어설픈 시작과는 달리 꾸준한 모임활동으로 최근 3년 동안 지역축제 등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 우타고에 합창단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평화사절단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예술이 노니는 마을' 카페에서 최경숙 지휘자를 만나 오는 15일부터 일본 나가사키로 초청공연을 떠나는 평화바람의 근황을 들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일본 우타고에 합창단

 

a  카페 ‘이야기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소속 ‘평화바람’ 합창단의 최경숙(39) 지휘자.

카페 ‘이야기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소속 ‘평화바람’ 합창단의 최경숙(39) 지휘자. ⓒ 이정민

카페 ‘이야기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소속 ‘평화바람’ 합창단의 최경숙(39) 지휘자. ⓒ 이정민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이하 센터) 사무처장직을 겸하고 있는 최경숙 지휘자는 계속 걸려오는 사업 관련 전화를 받으면서도 합창단이 시작됐던 시절의 추억을 최대한 되살리려고 애썼다.

 

"센터가 시민문화동아리 사업을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일본 우타고에 합창단 공연을 보게 됐어요. 몇몇 센터 임원들과 함께 2007년에 열린 첫 공연에 갔는데 그야말로 감동이었고, 콘셉트가 딱 맞아 떨어졌지요.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그들을 보면서 평화나 노동, 인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들만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본 후 귀국해 바로 단원 모집 공고를 내고 합창단의 첫 단추를 끼우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우타고에 합창단의 공연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고 한다. 한 마을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들이 마음 속 큰 울림으로 전해진 것.

 

공개모집을 통해 하나 둘씩 모인 시민들과 노래 솜씨를 가늠하기보다는 함께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아갔다. 20대부터 60대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그저 노래가 좋아 함께한 과정이 점차 우타고에 합창단의 모습을 닮아가는 듯했다.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또한 무거운 가곡위주가 아니라 대중가요와 동요 등 익숙하게 알려진 멜로디로 선정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눈높이 합창단을 만들어가려했다.

 

"누구나 아름다울 권리가 있고, 누구나 노래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노래를 잘 하고 못하고와 상관없이,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노래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시민들은 누구나 반기고 가입시켰어요.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현재는 30여명이 되었고, 최근 모 방송 '남자의 자격' 합창단 다큐를 보고 일주일에 2~3명씩 가입신청이 늘고 있습니다.(웃음) 저도 고등학생 때 합창단을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는데, 입시경쟁이 불고부터 모두 사라지게 됐지요. 인천을 합창의 도시로 다시 되살리는 게 작은 소망이기도 합니다."

 

90년대만 해도 각 학교에는 그룹사운드, 기타동아리, 합창동아리 등 수많은 취미모임이 가득했는데, 입시 과열과 제도권 교육 등의 압박으로 인해 모두 모습을 감추게 됐다. 그는 이런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 다시 그때 그 시절의 낭만과 자유, 멋스러움을 되살리고 싶다고 전했다.

 

화음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을 맞추게 된다

 

a   단원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정기적으로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단원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정기적으로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단원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정기적으로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최경숙 지휘자는 합창이라는 장르가 가진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의 세계가 마냥 별천지 같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혼자서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음을 맞추다 보면 마음도 따라 맞추어가곤 해요. 하기 쉬운 음역대별로 인원이 집중되더라도 다른 파트에서 분위기를 맞추며 하모니를 이어나갑니다. 이 때문에 노래도 살고 팀워크도 살아나 우리라는 개념이 자연스레 정립돼 가지요. 또 봄에는 모꼬지를, 가을에는 일본 공연을 함께하다 보니 가족 이상의 교감을 얻으며 끈끈한 정이 더욱 생겨납니다."

 

평화바람은 격년으로 일본 우타고에 합창단과 초청 공연무대를 오간다. 올해 열린 '끼가 번쩍 축제'에는 일본에서 합창단이 방문해 '100인 연합 합창'을 성황리에 진행했다. 합창 공연 때는 평화에 대한 한국의 노래도 소개하고, 창작곡도 발표한다. 또 우타고에 합창단이 좋아하는 민중가요를 함께 부르며 역사적 아픔을 함께 치유하려 한다.

 

이런 이유로 우타고에 합창단은 어느새 평화바람과 동료 이상의 감정을 느끼며 평화사절단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번 일본 초청공연도 그런 의미에서 화합과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단원들이 자비를 들여 가려는 것이다.

 

"우타고에 합창단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에요. 재일교포도 아닌데 한국문화에 대해 정말 잘 알고 한국을 강점한 행위에 대한 사죄의식도 매번 노래를 통해 표현하곤 합니다. 이젠 눈빛만 봐도 어떤 노래가 나올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도 일본에 가면 마치 친인척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헤어질 때가 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픔이 밀려옵니다. 그만큼 서로에게 더 없이 소중한 동지와도 같은 존재랍니다."

 

그는 최근 방영된 '남자의 자격' 합창단 프로그램을 보고 자신이 박칼린 지휘자에게 쓴 편지글을 인용하며,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단원 선정기준의 엄격함과 스파르타식의 연습과정, 최고의 지휘자와 스태프, 품격 높은 반주자 등은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에게 또 다른 아픔이 될 수 있다고 넌지시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단기간에 일궈낸 성과치고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그렇게 뒷받침된 인프라를 보면 그저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요. 그저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오락성 드라마가 아니라 아마추어 예술가들과 지속적인 교류와 관심을 통해 모두가 하나 되는 즐거운 합창 축제를 기획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화바람이 바라는 진짜 꿈은 100명 정도의 회원이 모여 시민광장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최경숙 지휘자는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한 '내 노래는'이라는 음악을 들려주며 순수 민간 합창단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부평신문-취재는 10월 7일 오후1시에 진행함. 참조. ‘평화바람’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가 주최가 돼 구성한 아마추어 혼성합창단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인천시민들이 모여 주1회(화요일 오후8시) 연습하고 있으며, 회장 김민수ㆍ지휘자 최경숙ㆍ반주자 정희영씨가 하모니를 맞춰가고 있다.(가입문의ㆍ032-442-8017) 

2010.10.07 19:50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부평신문-취재는 10월 7일 오후1시에 진행함. 참조. ‘평화바람’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가 주최가 돼 구성한 아마추어 혼성합창단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인천시민들이 모여 주1회(화요일 오후8시) 연습하고 있으며, 회장 김민수ㆍ지휘자 최경숙ㆍ반주자 정희영씨가 하모니를 맞춰가고 있다.(가입문의ㆍ032-442-8017) 
#평화바람 합창단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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