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탑사를 찾은 어르신이 으름을 드시고 있다. 달톰하면서 맛있다며 한개를 건넨다.
조정숙
"이봐요, 색시 고추 사가셔, 볶아먹기도 하고 쌀가루 묻혀 쪄서 먹어도 맛있어."
빨간 고추를 수확하고 남은, 늦게 열린 작은 풋고추를 따가지고 나오신 할머니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나는 끝물이라는, 서리 맞은 작은 고추로 만든 요리를 유난히 좋아하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할머니 곁에 쭈그려 앉아 펼쳐놓은 물건들을 바라본다. 참 이상하게 생긴 열매가 있어 뭐냐고 물었다.
"으름이여, 할아버지가 높은 산에 올라가서 따온겨, 엄청시리 달고 맛있어 한 번 잡숴봐.""얼만데요?" "4송이에 천 원만 줘." 으름은 가을 산의 바나나라고 한다. 모양도 바나나와 비슷하게 생겼다. 길쭉한 열매가 2~4개씩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 맛이 궁금해 하얀 속살을 입 속에 넣고 맛을 보았다. 그런데 달콤하기는커녕 씁쓸하고 입 안이 텁텁해 기분이 나쁠 정도다.
"할머니 달콤하다고요? 너무 쓰고 입 안이 텁텁하잖아요?" "아이고, 아녀 씨는 씹으면 안되는디. 씨를 깨물어서 먹어버린겨? 씨는 그냥 삼키든지 뱉어야허는디. 우짠댜."역시 충청도 아니랄까봐 느긋하게 말씀 하시는 할머니가 야속할 뿐이다. 성격 급한 내 잘못이다. 덕분에 사찰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내내 입안이 전쟁이었다. 커피를 마셔도 물을 마셔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