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 갚으려 채권자 살해…강도살인죄 아닌 살인죄

대법, 채권자 살해한 형제에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선고한 원심 확정

등록 2010.10.06 16:08수정 2010.10.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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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을 갚지 않으려고 채권자를 살해했더라도, 상속인에게 채무를 갚아야 한다면 강도살인죄가 아닌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J(41)씨는 2008년 5월부터 2009년 5월 사이에 A(48)씨로부터 13회에 걸쳐 16억4000만 원을 빌리면서, 그 담보로 자신의 처 명의의 토지 등에 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줬다.

 

그러나 빌린 돈을 갚기로 한 날짜가 다가옴에도 돈을 마련하지 못한 J씨는 A씨의 강한 반발과 함께 강도 높은 대응조치가 예상되자,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 소유권을 처 앞으로 다시 이전해 주고 근저당권을 말소해 주면 곧바로 채무를 변제할 것처럼 속여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J씨는 A씨로부터 등기관련 서류를 되돌려 받아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말소등기를 마침으로써 유일한 법적 채무증빙자료를 없애 채무 전액이 변제된 것 같은 상태로 만들고 A씨를 살해하려는 끔찍한 음모를 갖고 있었다.

 

이에 J씨는 자신의 형과 범행을 공모한 뒤 2009년 5월22일 A씨를 전북 무주의 한 빈집으로 데려가 술을 먹여 만취하게 하고는 둔기로 머리와 얼굴 등을 12회 내리쳐 머리뼈 골절 및 뇌손상 등으로 살해했다.

 

이들은 그것도 모자라 사체를 비닐봉투로 겹겹이 둘러싸고 이불가방에 넣어 피가 새어 나오지 못하게 한 뒤 무주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결국 J씨 형제는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영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J씨 형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수법이 매우 계획적이고 너무 잔혹함에도 피고인 J씨는 법정에서까지 조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허위주장으로 일관하고 있고, 형인 피고인도 사리에 맞지 않는 우발적인 살인인 것처럼 허위주장으로 일관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 또한 매우 좋지 않아 피고인들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돼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이들의 범행이 강도살인이 아닌 일반살인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J씨는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피고인 형은 범행 가담 정도를 감안해 징역 20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J씨는 채권자인 피해자를 살해해 채무를 면해보고자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운 다음 채무를 변제할 것처럼 피해자를 유인해 망치로 얼굴과 머리를 잔혹하게 때려 살해하고, 죄증을 인멸하고자 사체를 포장해 매장한 사안으로서, 대단히 치밀하고 대담하며 잔혹한 범죄이고, 동기도 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한 모습으로 생명을 잃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유족들이 겪게 될 고통과 절망은 비할 데가 없음에도, 피고인은 뉘우침도 없이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어 교화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법원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범행에 가담한 피고인의 형에 대해서는 "범행이 치밀함, 대담성, 잔혹성의 측면은 피고인 동생과 똑같아 중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범행 가담 정도가 공범보다는 낮다고 판단해 징역 20년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검찰이 강도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강도살인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이로써 J씨는 무기징역이, 형은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도살인죄가 인정되려면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한다"며 "채무를 면탈할 의사로 채권자를 살해하더라도 채권자의 상속인이 있고 상속인이 채권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있을 때는 재산상 이익이 채권자로부터 범인에게 이전됐다고 볼 수 없어 강도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J씨 형제에게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만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0.10.06 16:08ⓒ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강도살인 #채무 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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