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항
성낙선
군산항에서 다시 장항항을 바라다 본다. 정말 코앞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려고 그 먼 길을 돌아서 왔나 생각하니 조금 맥이 빠진다. 사실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단지 직선 거리와 우회하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차이가 심하게 나는 편이라, 그런 기분이 들 뿐이다.
군산항에서 새만금 방조제 진입로까지는 산업단지를 지나가야 한다. 무척 긴 거리다. 공기가 좋지 않은 데다 뭐 하나 눈여겨 볼만한 것이 없고, 쉬어갈 만한 곳도 마땅하지 않아, 장시간 참을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군산 시내로 들어가 시내 구경을 하면서 지나가는 게 더 나을 뻔했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산업단지를 지나는 동안 심한 역풍에 시달린다. 정면에서 부는 바람이라,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붙지 않는다. 방조제가 있는 곳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도로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단조로움이 극에 달한다. 욕지기가 날 지경이다. 짜증이 난다.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좀 나아질까?
자전거여행자는 바람과 싸우지 않는다언젠가 길을 가다가 한 술집 앞에서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꽤 공감이 가는 문구였다. 특히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는 문구를 보고, 내 과거를 참 많이 반성했다.
그 말과 마찬가지로 자전거여행자는 바람과 싸우지 않는다. 바람은 자전거여행자가 싸워서 이길 상대도 아니고, 싸워서 뭐 하나 얻을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아무런 소득도 없다. 그렇다고 뿌리칠 수도 없고, 피해 갈 수도 없다. 이럴 땐 그저 마음 편하게 받아 안는 게 최고다.
바람이 마주불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자전거로 움직일 수 있는 최상의 속도라는 게 있다. 내 몸을 거기에 맞추면 된다.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 그러면 바람에 맞서 싸우지 않고도 바람을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