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전주중학교 전경수세미 덩굴이 3층 높이의 건물을 덮고 있다. 적색의 벽돌 위를 오르는 수세미 덩굴이 생기있게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박인선
여름을 전주시내의 한 학교에서 방송설비와 영상설비를 하면서 보냈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렸지만 여름방학으로 아이들이 쉬는 학교는 작업하기엔 그만이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고요를 넘어 적막감마저 감돈다. 가끔은 동네 아이들이 따가운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지만 주인 떠난 학교는 무채색의 그림과 다를 바가 아니다.
학교에 드나들면서 학교 공간이 각종 꽃과 식물들로 가득한 화단과 붉은 벽돌을 감싸고 도는 수세미 덩굴이 인상적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계획된 작업 때문에 눈 돌릴 겨를이 없다가 교실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풍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밖에서 볼 때는 그저 평범한 광경으로만 보아왔었는데 교실 안은 푸른빛의 수세미 이파리와 줄기들이 창밖을 커튼처럼 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수채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