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속에 비친 모순된 미키의 모습과 총싸움을 하는 파괴의 미키의 모습. 반짝이는 건 LED를 사용한 효과.
고기현
올해 초에 열었던 전시회의 미키는 밝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였다. 모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상징이었다. 특히 한지에 그린 미키 그림의 뒷면에 '조명'을 더함으로써 더욱 입체적으로 신비스런 느낌의 작품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의 미키는 뭔가 다르다. 짓궂고 못되게 생겼다. 생기긴 미키 같이 생겼는데 우리가 늘 보아오던 그런 미키가 아니었다.
"미키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청년기, 중년기, 최후까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봤어요. 지난 전시가 '수호천사'로서의 미키를 등장시켰다면 이번에는 자본주의에 순수성이 잠식되고 노예가 되어가는, 그럼으로써 마침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악당 미키를 나타냈죠."미키의 또 다른 얼굴이다. 미키는 천진난만한 동심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월트디즈니'로 상징되는 천박한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비슷한 아이콘으로는 '산타'가 있다. 미키의 천진난만한 미소에서 악랄한 표정과 속물적 욕망을 끄집어 낸 작가의 안목과 무의식이 궁금했다.
"먼지에 푹 뒤집혀 웃고있는 미키의 미소를 보니까 갑자기 환한 웃음 뒤에 가려진 비열한 자의 웃음과 냉소가 보였어요. 아마 그 당시 제 자신이 사회 진출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람관계에서 오는 회의와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전문화가로서 활동하게 된 것은 좋았지만 그 이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갈등까지는 생각하진 못했죠."누구에게나 이런 양면성과 이중성은 있다. 고씨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모든 현상의 이중성을 느꼈다. 빛과 그림자, 부드러움과 거침, 안과 밖, 조화와 파괴... 그리고 엄마와 화가라는 이름 사이에서.
늘 화가를 꿈꿨다 그러나 엄마였다고씨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대학졸업 후 24세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는 두 남매를 낳으며 평범한 전업주부로서 살아왔다. 당시 서울에서 살았던 고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유일무이한 꿈이었던 '화가'에 대한 열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엄마'와 '아내'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화가'로서의 삶을 짝사랑하듯 매일같이 꿈꾸었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전주로 내려온 건 8년 전. 자신의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했고, 최근에는 이마저 그만두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작품활동을 병행하기가 너무 벅찼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는 작가로서의 활동에 좀 더 집중하고 싶기도 했단다.그러나 다른 역할은 다 생략하고 소홀히 한다고 하더라도 '엄마'로서의 역할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더구나 두 아이들은 고3, 고2다. 고씨의 하루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