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4대종단 성직자 단식 촛불기도회 기자회견'에 참석하려는 종교인들이 경찰의 저지를 피해 광화문광장에 진입하고 있다.
권우성
오후 3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단식기도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500명 가량 모인 경찰들의 방해 때문이다.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4대 종단 연대회의' 측과 서울하이페스티벌에 지장을 주니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라는 경찰이 팽팽히 맞섰다. 경찰들은 세 줄로 늘어서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려는 연대회의 측 사람들을 몸으로 막아섰다. 이에 연대회의 측은 "기자회견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냐"며 적극 항의했다.
연대회의 측이 몸싸움 끝에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 횡단보도를 건너자 경찰은 이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경찰들은 십자가를 든 개신교 성직자들을 끝까지 막아서 기자회견을 지체 시켰다. 갈등이 증폭되며 30분 가량 늦어졌지만 기자회견은 4대종단의 의지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신경하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기자회견의 여는 말에서 "4대강 사업은 사회 갈등을 증폭 시키고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이라며 "그동안 종교계에서는 오체투지, 단식기도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 중단을 촉구했지만 무지하고 오만한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 전 감독회장은 "여름의 무더위와 게릴라성 폭우 등 우리나라도 지구 생태계 위기 상황을 겪고 있고, 당대에 지구 종말이 올 가능성도 높다"며 "2박 3일 4대종단 단식 기도회를 통해 정부에게 생태계에 반하는 사업을 중단하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고 말했다.
"단식과 금식은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종교인들의 행동"원불교를 대표해 발언한 홍현두 교무는 "정부는 4대강 사업이 50% 진행됐다고 홍보하며 이만큼 했는데 어떻게 그만두냐고 한다"며 "정확히 말하자면 수문 사업만 50%이므로 이미 지어 놓은 댐만 해체 시키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무는 "단식과 금식은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종교인들의 행동"이라며 "이러한 의지가 담긴 촛불 철야 단식 기도회에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퇴휴 스님은 "보름 전에 이곳 광화문 광장이 물바다가 되었다"며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개발되면 결과가 어떤지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퇴휴 스님은 "대기업, 정부, 토건 업체만 사는 사업인 4대강 사업 대신 후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며 "하나님께, 부처님께 다 함께 살게 해달라는 호소를 하자는 것이 이번 기도회"라고 설명했다.
천주교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조해붕 신부는 "국민도 4대강 사업의 왜곡된 사실들을 알아야 한다"며 "이 기도회가 우리 모두를 위한 움직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호 목사는 "4대종단이 함께 모여 단식하는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4대강 사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없애는 일로 하나님을 반역하는 일이기에 개신교 목불자들이 단식으로 기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해 1분간 침묵기도 한 200여 명의 성직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