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내 가슴을 뛰게 한 붉은 여명

[사진] 2일 새벽 소래포구에서 본 하늘

등록 2010.10.02 19:23수정 2010.10.0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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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갯골에 비친 여명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소래갯골에 비친 여명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조정숙

풍경 사진을 즐겨 찍는 사람들에게는 기억해 둘 여러 가지 상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계절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각도, 비가 오기 전후의 기상 현상, 또는 이른 새벽에 별들을 보고 운해 또는 해무 예측 등 수많은 사항이 있지요.


요즈음에는 급격하게 밤낮의 기온차가 심하여 저수지 근처에서는 수분이 증발하여 구름을 생성하면서 운해를 만들어 높은 산에서 보면 산등성이를 휘감은 구름바다가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합니다. 또 동해안 지역에서는 태양이 완전하게 둥근 모양으로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광경도 볼 수 있습니다.

1일 저녁,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후 귀가를 하며 하늘을 보니 아주 작은 별까지 초롱초롱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일기예보에서는 2일과 3일에 걸쳐 비가 온다고 하였으나 의외로 하늘이 맑은 것을 보고 '아, 내일 새벽에는 멋진 여명과 일출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기대에 부풀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사진가들의 상식에 따르면 비오기 전 하늘과 비온 후 가을 하늘은 멋진 여명과 운해를 연출합니다.

 해 뜨기전 소래포구 갯골 여명입니다. 닻은 갯골 여명과 잘 어울리는 부제입니다.
해 뜨기전 소래포구 갯골 여명입니다. 닻은 갯골 여명과 잘 어울리는 부제입니다.조정숙

 하늘이 온통 붉게 타오릅니다.
하늘이 온통 붉게 타오릅니다.조정숙

오늘(2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아주 쾌청합니다. 요즘은 새벽공기가 차갑기 때문에 두툼한 옷을 입고, 카메라와 삼각대, 보온 커피통을 차에 실어 어제 미리 생각해 놓은 장소인 소래생태공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집에서 가까워 곧 소래시장 맞은편 공원입구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입구도로를 아스팔트 포장공사로 전면통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일출시간은 정해져 있고, 공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사진을 담을 장소까지 걸어서 한참 걸리기에 서둘러 나온 것인데 낭패더군요. 통제요원에게 사정을 해보았으나 전면통제 탓에 방법이 없다고 고개를 내젓는데 힘이 쑥 빠지더군요.


일단 안전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고민에 빠져들었습니다.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공원으로 가거나 또는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되면 일출시간에는 맞출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 새벽 해뜨기 전의 여명은 포기해야 할 형편이었죠. 그러던 중 몇 해 전 찍었던 소래염전의 소금보관 창고가 있는 곳이 생각이 나 그 곳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그 근처의 소금창고는 제가 사계절 사진을 보관하고 있을 만큼 애착이 가는 장소인데, 개발업자가 그 지역을 구입하여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헐어 버리고 철조망을 쳐서 사람의 통행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러나 철조망 외부의 갯벌 사이로 밀물 때면 어선들이 들어오고, 거기에 주민들이 망둥어 낚시를 즐기는 갯골 물길이 있어 그런 대로 운치가 있는 곳입니다. 근래에는 칠면초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어 사진가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곳이지요.

 구 염전 사이로 비추는 여명은  가슴을 뛰게 합니다.
구 염전 사이로 비추는 여명은 가슴을 뛰게 합니다.조정숙


 어구와 여명이 아름답습니다.
어구와 여명이 아름답습니다.조정숙


 내리는 빛이 황홀합니다.
내리는 빛이 황홀합니다.조정숙

 강렬한 해가  칠면초 위로 떠오릅니다.
강렬한 해가 칠면초 위로 떠오릅니다.조정숙

해가 뜨는 시간은 6시 30분경인데 갯골에 도착하니 5시 20분경으로 아직은 어두워 손전등을 들고 장소를 선정한 다음 삼각대를 펼치고 부푼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이 장소는 알려진 일출 장소가 아니어서 그런지 다른 분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있는데 서서히 동쪽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다른 생각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좋은 화각과 구도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이곳에서 해 뜨는 광경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는 처음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마침 그곳에는 예전에 없던 닻이 보였습니다. 작품을 담을 때는 주제와 부제가 있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부제가 작품을 훨씬 빛나게 할 때가 있답니다.

배를 한 곳에 멈추어 있게 하기 위하여 줄에 매어 물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갈고리가 달린 닻은 갯골과 잘 어울리는 부제입니다. 밋밋한 풍경보다는 보기가 좋지요. 온 천지가 붉게 타오르는 여명과 닻이 어우러진 갯골은 환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여명과 어우러진 칠면초가 빛을 발합니다.
여명과 어우러진 칠면초가 빛을 발합니다.조정숙

 이슬을 머금은 칠면초가 반짝반짝 빛납니다.
이슬을 머금은 칠면초가 반짝반짝 빛납니다.조정숙

'일생에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보기 힘든 황홀한 여명과 일출을 맞이했습니다. 힘들고 우울한 마음이 싹 가셨지요.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다 보니 삼각대 끝에 부착된 고무발굽이 없어졌지만(갯벌 속에 빠뜨렸나 봅니다) 새벽의 감동을 반감시키진 못했답니다. 갯골의 게들이 워낙 구멍을 많이 파놓은 관계로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포기 하였답니다.

사진가들에게는 고집스러운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기보다는 선배 사진가들이 찍어왔던 발자취를 따라 작품을 담는 일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래왔으니까요. 그게 편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작품들을 담는 것보다는 새로운 장소에서 흔치 않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래갯골여명 #소래포구일출 #칠면초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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