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되나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열린 TV초청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정세균, 최재성, 박주선, 천정배, 이인영, 손학규, 조배숙 후보.
남소연
'제1 야당호'를 이끌 선장과 지도부를 뽑는 10.3 민주당 전당대회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찍이 우려했던 대로 '그들만의 리그'가 된 탓이다. 그러니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과 흥행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요원하다.
이번 경선은 순수집단지도체제 도입에 따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동시에 뽑는 통합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1인 2표제의 대의원 투표 70%와 당원 여론조사 30%를 합산한 경선 최다 득표자는 대표, 차점자 5명은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된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도입한 국민참여 경선처럼 일반 국민의 참여를 이끌 장치가 없는 대의원과 일부 당원, 즉 '그들만의 리그'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가미한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보다 더 폐쇄적인 체육관 선거다. 게다가 당의 '간판'인 당대표 선출에 근접한 유력후보들은 한결같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일반 국민의 참여를 이끌 견인장치도, 호기심을 자극할 참신한 새 인물과 콘텐츠가 없는 판에 관심과 흥행을 기대하기는 무망하다.
누가 당대표 되건 '카드 돌려막기'이른바 '빅3'라고 불리는 3인은 당 대표를 역임했거나 대선후보를 지낸 인물들이다. 정세균 후보는 민주당이 7.28 재보선 패배로 비대위 체제로 바뀌기 직전까지 당대표를 지냈고, 손학규 후보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총선 패배로 정세균 체제가 들어서기 전까지 당대표를 지냈고,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정권을 내준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다. 그러니 누가 당대표로 선출되건 일반 국민에게는 '리사이클'(재생)이나 '카드 돌려막기'와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HRC)의 9월 정기여론조사(25일)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국민은 물론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이번 전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가량(48.7%)이 '관심 없다'(38.7%)거나 '모름/무응답'(10.0%)이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세 명 중 한 명 꼴(33.8%)로 '관심 없다'(24.2%)거나 '모름/무응답'(9.6%)이었다.
이런 무관심은 '민심'과 '당심'의 괴리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국민참여경선은 둘째 치고 '전 당원 투표제'마저 무산되어 대의원과 일부 당원만이 참여하는 경선방식에서 일반 국민의 민심을 반영하는 장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경선을 좌우하는 대의원들의 세대와 지역 그리고 계층별 분포도 일반 국민의 그것들과는 괴리가 크다.
이를테면 지난 6.2지방선거의 유권자 연령별 분포는 ▲19세 1.7% ▲20대 17.9% ▲30대 21.4% ▲40대 22.4% ▲50대 17.2% ▲60세 이상 19.4%였다. 그런데 민주당 대의원들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대 1% ▲30대 7% ▲40대 34%인 반면에 ▲50~70대가 50%를 넘는 '역피라미드' 구조다. 유권자의 50대 이상 비율은 36.6%인데 비해 민주당 대의원의 50대 이상 비율은 58%다. 일반 국민의 다채로운 민심을 담기에 민주당 대의원들은 너무 '노쇠'한 셈이다.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선거인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21.1% ▲경기-인천 28% ▲부산-울산-경남 16% ▲대구-경북 10.5% ▲대전-충남-충북 10% ▲광주-전남-전북 10.3% ▲강원-제주 4.2%였다. 반면에 민주당 대의원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 21.6% ▲경기-인천 26.9% ▲부산-울산-경남 13.5% ▲대구-경북 7.2% ▲대전-충남-충북 9.8% ▲광주-전남-전북 16.6% ▲강원-제주 4.4%이다. 이는 호남에서 강세이고 영남에서 약세인 민주당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호남의 대표성이 과잉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당의 비정상적인 대의구조와 '사당화'민주당의 본질적인 문제는 당의 비정상적인 대의구조다. 당대표를 선출하고 당 대의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대의원들은 기본적으로 평당원들이 직접 선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도부의 공천권 독점으로 '내 사람'을 지역위원장에 심고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의원들을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의 대의원 분포는 선출직보다 지명직이 더 많을 만큼 기형적 구조다.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이 아닌 '사당'(私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