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저출산 사업계획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주장] 문제는 노동대책이다

등록 2010.10.01 11:43수정 2010.10.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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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글에 들어가기 전에 두 가지 점을 밝히고자 한다. 하나는 우선 제 2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시안 중 저출산 계획만을 다룰 것이다. 고령화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다른 지면을 빌려서 논하려 한다. 사실상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의 연관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자동적으로 연결시키는 관점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그리고 이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출산의 주체는 출산을 하려는 의지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결혼과 출산을 기본적인 필수로 보는 관점에 있지 않음을 밝힌다.

800만 비정규직 시대, 미래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나

정부가 지난 9월 10일 제2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서 여성계와 노동계는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저출산· 고령화대책은 제1차와 2차 모두 일-가족양립 정책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방향에 근거해서 1차, 2차 계획이 세워졌다. 1차 대책의 성과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이번 2차 계획에 대해서는 실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기본방향은 일-가정 양립이다. 이는 여성의 경제참여율을 높이고 출산에 의한 개인적 부담을 사회화한다는 것이다. 그 방향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바이다. 그런데 그 방향을 실현할 1, 2차 계획의 구체적인 정책이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피하고 포기하고 있는 원인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한 원인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온 사회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노동의 불안정이다. 특히나 1998년 외환위기 후 저출산이 고착화돼 인구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출산율은 1983년 인구 대체수준인 2.1명 이하로 낮아진 이후 계속 하락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초(超)저출산 사회'가 지속되고 있다. IMF를 전후로 하는 노동의 유연화 전략이 출산율과 깊이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 증가와 소득 불안정, 비정규직 증가로 소득수준이 낮아진 것을 들 수 있다. 비정규직 800만명의 시대는 바로 소득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빈곤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아니라 교육비 등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특히 정보지식기반 경쟁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적 투자가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맡겨진 현실이 출산에 대해서 꿈을 꾸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는 안정된 고용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교육의 기회가 사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인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에 저출산도 연결되어 있다. 이 모두 고용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의 고용 불안정과 미래의 자녀 고용에 대한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부담 때문이다. 


이런 원인 외에 자녀 보육, 양육에 대한 개인적 부담이 크다는 점과 가치관의 변화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이 국가의 위기, 재앙이니 하는 위기론에 동의한다해도 개인이 출산과 자녀 양육의 결단을 내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교육을 통한 가난의 대물림이 눈에 띄게 보이는 현실 속에서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위기론에 대해서 누구를 위한 출산인가를 되물어야 할 것이다. 개인에게 미래에 대한 무한정의 책임을 강요하는 현실이 정당한가.


서민은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정부

그렇다면 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서술한 고용문제 해결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 1, 2차계획은 저출산의 근본원인인 고용문제, 사교육문제의 고통을 인식하면서 만들어졌는가. 

1차 계획은 보육지원 중심의 정책으로서 5년 동안 20조원에 달하는 돈을 퍼부었다. 그러나 실패한 계획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정책 수요자들의 요구와 따로 노는 정책이었다. 끊임없이 모두가 공적보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를 요구해왔다. 정부도 공적 보육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쏟아부은 20조원 중 70%에 달하는 14조원 가량이 보육 관련 지원에 쓰였다. 그 덕분에 민간보육시설은 남아돌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9년 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육시설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79.3%에 불과하다. 그런데 시설 좋다는 국·공립, 직장 내 보육시설은 각각 시설당 평균 78명, 49명씩 대기하고 있다. 결국 이것은 수요자의 요구인 국공립 보육시설에 중심이 아니라 민간 보육시설 공급자의 요구에 치중한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한다.

그리고 출산율도 5년간 변함이 없다. 2006년 황금돼지 해를 빼고는 출산율이 1.2를 넘기지 못했다. 오히려 보건복지부, 교과부, 지자체의 지출 총액의 비율은 계속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다. 물론 출산장려정책의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고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항변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그것은 중심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제2차 계획은 1차보다 더 점입가경이다. 2차를 우선 1차와 비교하면, 주요대상이 취약∙저소득층에서 맞벌이 가정으로 바뀌었다. 정책영역에서 보면 보육지원에서 여러 정책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육아휴직으로 인한 임금 손실 보존을 1차에서 월 50만원 정액제이던 것을 정률제로 바꾸고 통상임금의 40%, 월 100만원까지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여성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과 임금수준에 따른 차등 혜택이 중산층을 겨냥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시안 단계에서부터 제기되었다. 그러나  정부(보건복지부)는 고용시장 문제는 별도로 풀어가야 하는 것으로 미루었다. 그리고 사교육 대책도 출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별도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미루어 두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차와 포를 뗀 계획이 나왔고, 이는 본질적으로 정부의 출산의지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제2차 대책은 MB 정부의 본질을 보여준다. 서민적이라고 외치지만 출산정책에서도 중산층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았다. 어쩌면 정부는 솔직한 자기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영악한 현실적 판단에 기인한 듯하다. 즉 정부는 노동문제, 사교육 문제는 건들 의지도 없고 건들 능력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비정규직, 취약층에게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출산을 기대하기 힘드므로, 밑빠진 독에 물붇기식의 출산정책을 포기한 것 같다. 그리고 안정된 소득을 가진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출산정책으로 선회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실효성 있는 출산정책을 위한 전제

그렇다면 어떻게 저출산에서 벗어날 것인가. 1, 2차 계획의 접근방식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저출산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실상 여성부의 퍼플 잡 정책도 현재의 비정규직이 갖는 고통이 해결되지 않은 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시킬 수 있고 실효성 없다는 우려를 낳을 뿐이다. 그 진의가 무엇이든 고용의 안정을 전제로 한, 불이익이 없는 퍼플 잡은 극소수의 여성에게만 가능하다. 전체적인 불평등과 차별을 전제로 한 노동의 유연화 정책이 변화되지 않은 한 퍼플잡은 현실적 호소력을 갖기 힘들다. 

여기서 우리는 여성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가임여성이라 할 수 있는 연령대의 여성의 교육배경, 가치관의 변화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우선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다. 2008년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3.5%에 달했다. 그러나 20대 후반, 40대 초반에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다가 30대 초반, 60대 초반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전형적인 M자형을 보이고 있다. 즉 평균 수명, 활동력과 학력 수준은 높아지는 반면, 특정 시기에서 경제활동 참여가 낮아지고, 소득은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던 유럽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들을 보면 여성의 안정된 고용이 출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다출산의 전통을 가지고 있던 이태리, 그리스 등의  남유럽 국가들은 우리와 같이 저출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와 같이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가진 일본은 우리보다 출산장려정책, 아동수당 등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으나 북유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여성의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는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며 출산이 여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필수로서 보지 않으며 선택적으로 보는 여성이 늘고 있다. 보다 자유로운 생활과 자기 몸에 대한 자율성이 높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다만 고용현실과 교육 현실이 이러한 가치관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출산을 늘리기 전에 성평등적인 노동환경의 정비와 교육제도의 정상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장시간 노동하는 문화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일과 자기 삶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노동문화가 정착되도록 정부와 사회가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실효성있는 출산정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김애화 기자는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애화 기자는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저출산 #비정규직 #보육 #퍼플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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