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 김황식 "내 팔자가... 울면서 갔다"

[청문회] "총리 안 간다" 말 바꾸기 적극 변명... 여당은 '지원사격'

등록 2010.09.29 17:43수정 2010.09.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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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남소연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정범구 민주당 의원이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년전 감사원장 청문회 당시 임기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깬 것과 관련, 김 후보자가 말을 바꾼 것에 대해 질타하고 있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이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년전 감사원장 청문회 당시 임기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깬 것과 관련, 김 후보자가 말을 바꾼 것에 대해 질타하고 있다.남소연
정범구 민주당 의원이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년전 감사원장 청문회 당시 임기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깬 것과 관련, 김 후보자가 말을 바꾼 것에 대해 질타하고 있다. ⓒ 남소연

29일 열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첫날 김황식 후보자는 야당의 거센 '말 바꾸기' 공세에 '읍소 작전'으로 맞대응했다. 

 

그는 이날 답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로 마지못해 차출됐다고 잔뜩 몸을 낮췄다. "국가가 필요하다면 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법관 퇴임 후 금의환향의 소신을 접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장에게 여러 차례 (총리직을) 고사했다"는 해명도 빼놓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때) 감사원장은 대법원 업무 성격의 연장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국무총리라면 안 간다고 했다"며 "(총리 지명도) 정치권과 정부의 신뢰에 문제를 줄 것 같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안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총리 물망에 올랐을 때, 나는 정적인 사람이라 적합하지 않다고 내 의지를 확실히 표명했다"며 "오죽했으면 감사원 직원들에게도 (총리 안 가도록) 도와달라고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황식 "왜 날 임명했는지 MB에게 묻고 싶어"- 정범구 "코드 맞아서 임명" 

 

"총리로 가고 싶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김 후보자는 신세 한탄으로 답변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는 "뜻밖의 감사원장과 총리 제의가 오는데 결코 맡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며 "속된 말로 무슨 팔자가 이렇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또 "감사원장 제의 받았을 때는 '고소영 내각'이라고 비판 받는 이명박 정부에 호남 출신 법조인으로서 국가가 필요하다면 응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울면서 갔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그는 "감사원장 마치고 떳떳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면서 "대통령께도 물어보고 싶다, 왜 저를 그렇게 쓰시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원망하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야당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부득이하게 갔다, 구국의 결단으로 갔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변심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고 김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 왜 지명했는지를 묻고 싶다고 했는데, 감사원장으로 일하면서 코드가 맞았기 때문에 총리에 임명한 게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감사원장 재직 시절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실태조사를 벌여 소위 '좌파단체 솎아내기'에 앞장선 공로 등을 인정 받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안경 두 개 갖고 나온 후보자 "양쪽 렌즈 두께 달라, 와서 봐 달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면제 의혹등에 관한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면제 의혹등에 관한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남소연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면제 의혹등에 관한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남소연

반면 여당은 병역 면제 등 의혹을 건드리면서도 충실한 지원 사격으로 김 후보자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두아 한나라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사법고시 준비 시절을 유추하며 '부동시'로 인한 군 면제의 정당성을 증명하려고 애썼다.

 

그는 "후보자가 시골집에서 고시 준비를 하던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 전깃불이 없어서 촛불을 놓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면서 "촛불 밑에서 공부한 시간이 하루에 몇 시간 정도 되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가 "전기사정이 순탄치 않아 상당시간을 촛불 밑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때에 따라 촛불을 켜놓고 공부하면 더 집중되는 효과가 있어 일부러 그렇게 공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시력 저하의 원인을 촛불 탓으로 돌렸다. 

 

이 의원은 "의사에게 물어보면 알겠지만 전깃불이 아니라 촛불 아래서 공부를 하면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건강도 좋지 않고, 고시 준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선 시력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며 김 후보자를 두둔했다.

 

'우슬관운동관절장애'로 병역 면제를 받은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도 "저는 (장애로 인해 병역 면제를 받아서)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지만, 부동시는 눈에 보이지 않고 기계로만 확인할 수 있어 논란이 되는 것 같다"며 "대법관 시절 쓴 글을 보니 고무와 안약 이야기가 나오던데, 안약은 인공눈물 같은 것 아니냐"고 질의하며 김 후보자의 오랜 시력 장애를 부각시키려 애썼다.

 

김 의원은 또 "아까 보니 안경을 자꾸 바꿔 쓰신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실제 이날 김 후보자는 원시용, 근시용 안경을 따로 갖고 나와 때에 따라 바꿔 썼다.   

 

김 후보자는 답변 도중 두 개의 안경을 번갈아 내보이며 "부동시를 가장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안경 양쪽 렌즈의 두께 차가 현저하단 점"이라며 "직접 오셔서 보시면 두께 차가 있어 언밸런스(시력 불균형)하다는 것을 금방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의 '현미경 검증' 시도를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현미경을 들이대고 보면 자세히는 보이지만,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면서 "청문회는 도덕성과 함께 정책 비전, 직무수행 능력에 상당한 점수를 줘야 하는데, 그 점을 너무 간과하는 것 아니냐"고 민주당의 공격에 맞불을 놨다.

 

그는 또 "역대 총리를 보면 '대쪽 총리', '세종시 총리' 등 닉네임이 붙어 다녔다"며 "김 후보자는 '서민 총리'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2010.09.29 17:43ⓒ 2010 OhmyNews
#김황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이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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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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