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이 4월 20일 방영한 '검사와 스폰서'
MBC
'정 사장님! 고생하셨는데 그만큼 성과를 내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러나 그 고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검사 스폰서 특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28일 밤, '검사 스폰서'로 알려진 정아무개씨에게 한 건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한 특검보가 정씨를 위로하기 위해 보낸 것이었지만, '미흡한 수사결과'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진상위-특검은 검사들을 수사한 게 아니라 나를 수사했다"정씨는 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된 전후 기자와 나눈 수 차례의 전화통화에서 "어떻게 검사들을 조사하는데 현직 검사 10명을 파견할 수 있나"라며 "외부에서 지명된 세 명의 특검보는 굉장한 수사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파견검사들은 그 반대에 서서 진실을 봉쇄하거나 희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검사들은 항상 밖에서 모니터를 통해 (수사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자기들한테 불리한 진술이 나오면 끼어들었다"며 "심지어 자기 상급자인 특검보가 조사를 하는데도 파견검사들이 끼어들어 자기들한테 유리한 질문을 했지만 특검보가 제지를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 특검 수사 결과가 '용두사미'로 끝난 데에는 '특검·특검보 대 파견검사들 간의 대립·갈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견검사들이 '진상규명'보다는 '조직보호'에 더 진력했다는 것. 전·현직 검사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포함되자 민경식 특검이 '비검사 출신'인 안병희 특검보에게 일부 수사를 맡길 정도였다.
정씨는 "파견검사들은 '왜 특검과 특검보는 정씨의 말만 믿는냐?'는 식으로 항의했다"며 "특히 10명의 파견검사는 특검이나 특검보가 아니었다. P 부장검사는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을 소환조사할 때 뒷문을 열어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경식 특검은 "그것(파견검사들의 조직적 방해행위 등)은 과장되거나 잘못된 생각"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파견검사들도)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지 않냐"고 일축했다.
한편, 정씨는 "(특검 수사 전의 법무부) 진상조사위 조사는 전부 개인 흠집내기였다"며 "진상을 규명한 것이 아니라 개인을 수사했고, 검사들을 수사한 게 아니라 나를 수사했다"고 꼬집었다.
정씨는 "검찰이나 검사는 치유 불능인 것 같다"며 "술문화는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겠지만 고압적인 수사행태, 권위적인 태도, 편법수사, 별건수사 등 검찰의 폐습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씨는 특검 수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우려한 것처럼 진상조사위와 특검에서 저만 모든 것을 잃었고, 핵심인물들은 면죄부를 받았다"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특검에 협조했지만, 제 지인들과 증인, 참고인 등이 겪은 고통과 희생에 비해 성과가 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특히 특검조차도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진원지"로 지목한 박기준 전 검사장이 '무혐의' 치분을 받은 것과 관련, "20여 년간 저한테 밥과 술을 얻어먹은 사람은 무혐의 처리하고, 64만어치 밥과 술을 얻어먹은 검사를 기소한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정씨는 "정 고검검사는 곧 검찰을 떠나야 할 사람"이라며 "결국 박 전 지검장을 기소하지 않기 위해 그분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씨는 "검찰을 상대로 한 싸움이 이렇게 힘들고 주변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몰랐다"며 "(주변 분들이) 진실과 정의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