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가 난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중소기업 공장의 모습.
선대식
정부의 납품단가 인하 개선 대책은 중소기업에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권을 부여하면서도 협상권은 개별 중소기업에 국한시켰다. "단체협상처럼 되면,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결국 대기업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은 개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정부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대책의 실무 담당자인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개선과장은 "조합에 조정협의 신청권을 부여한 것이 조정신청의 급증을 유발해 정상적인 거래를 방해할 수 있고, 반대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을 우려도 크다"며 "일몰제(3년 후 자동 종료)로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서 중소기업이 요청했던 대책은 빠지고 대기업 쪽의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져 논란은 한층 더 거셀 전망이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요구에 대해서 정호열 위원장은 "반시장적이기 때문에 도입할 수 없다"며 대기업 쪽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대기업이 불공정 거래를 할 경우, 징벌적 손해 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중소기업 쪽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동열 공정거래위 과장은 "징벌적 손해 배상을 시행하는 곳은 미국을 비롯해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소송을 남발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인력·기술연구실장은 "집단교섭권 없이 조정협의 신청권만 부여된다고 하면 실효성이 없다, (협상 테이블에서) 적절한 균형이 이뤄질 수 없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 기업에 대한 확실한 제재가 없다면 불공정 거래는 사라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대책은?] 중소기업 보호, 경쟁력 강화? "MB정부의 쇼였다"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효과 없는 일회성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민간 주도로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과 품목을 설정함으로써, 대기업의 자율적인 진입 자제와 사업 이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업조정제도 등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콤, 포스코 등 5개 기업이 2012년까지 1조 원을 출연해 '동장성장 프로그램' 기금을 만들어, 협력 중소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도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대책 수립,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 확대, 기업별 동반성장지수(win-win index) 공표를 통한 우수기업 포상 등의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처럼 사업조정제도나 민간 주도로는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가 불가능하고, 대기업이 돈을 출연해 기금을 만드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이라며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구호는 '쇼'임이 밝혀졌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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