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별곡(Peinture spatiale)' 아크릴물감 162×97cm 2009
김형순
2차원 평면에 3차원 공간을 어떻게 통합하느냐는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을 직접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으나 여기선 화면으로만 볼 수밖에 없다. 하여간 이런 회화와 조각의 통합을 시도한 것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홍희씨는 '회화를 넘어서는 회화' 혹은 '회화 같은 조각, 조각 같은 회화'라 평했다. 다른 말해 '3차원회화'라는 뜻이 아닌가.
신성희 작가는 2001년 갤러리현대 '전시도록'에서 이런 작업노트를 남겼다.
"씨줄과 날줄처럼 그림의 조각들이 자유롭게 만나는 곳마다 매듭의 세포들을 생산해 낸다. [...] 나와 너, 물질과 정신, 긍정과 부정, 변종의 대립을 통합하는 시각적 언어이다. 색의 점, 선, 면, 입체가 공간의 부피 안에서 종합된 사고로 증명하는 작업, 평면은 평면답고, 입체는 입체답고, 공간은 공간답게 하려고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
신성희의 이런 찢고 엮는 페인팅은 또한 루치오 폰타나의 칼로 찢는(cut-off) 페인팅을 연상 시킨다. 일본 모리미술관 관장 후미오 난조는 이 두 작가의 차이를 "폰타나가 격정적이고 즉흥적이라면, 신성희는 반복적이고 계획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여간 이들은 회화에 조각을 결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낳았다.
화엄경의 '인드라망'과 신성희의 그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