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이펀허(수분하) 역을 알리는 플랫폼 기둥의 표지, 답사자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찾아가는 지명을 알리는 표지다.
박도
17: 20, 중국 땅 쑤이펀허 역에 도착했다. 승무원이 객실로 와서 짐을 모두 싸들고 역으로 가 통관절차를 받으라고 했다. 또 한 번, 짐을 많이 싸들고 온 것을 후회했다.
다행히 승객도 적은 데다가 통관절차도 번거롭지 않아 17: 50분 다시 객차로 돌아왔다. 곧 남녀 두 사람이 내 객실 문을 두드리더니 중국 돈과 계산기를 흔들어 보였다.
쓰고 남은 러시아 돈을 중국 돈으로 바꾸라는 제스처로 알고서 주머니를 뒤지니 종이 돈 280루블과 동전 20루블 정도가 나왔다. 그들은 종이돈만 낚아채고는 50 위안을 주고는 동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쑤이펀허 역 플랫폼에는 '安全高效打造黃金通道'라는 글이 붉은 바탕에 황금색으로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다. 내 옅은 한자 실력으로 풀이해 보니 "안전과 높은 효율은 황금을 만드는 길과 통한다"라는 말로 이해되었다. 러시아도 그랬지만 중국 전역은 온통 황금, 곧 돈과 부(富)를 표어로 많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문득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가 남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떠올라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기는 지금 중국은 세계의 달러를 긁어모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인내심을 시험하는 열차여행
쑤이펀허에서 또 열차머리 기관차가 바뀌는 모양이었다. 객차를 앞으로 뒤로 끌더니 오던 철길과는 다른 철길에 세웠다. 승무원이 오더니 두 손을 귀에 대는 제스처로 나에게 자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마도 여기서 또 오래 묵을 예정인가 보았다. 연해주와 중국은 두 시간의 시차가 있기에 손목시계를 끄르고는 시침을 두 시간 앞으로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