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장군 갤러리오백장군 형상석군과 오백장군 갤러리 전경
돌문화공원 제공
거창하게 절필이라고까지 할 것도 없이, 이런저런 이유와 게으름을 즐길 요량으로 당분간 글을 쓰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다시 펜을 들게 됐다. 그것도 '문화'와 관련된 주제 때문에.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필자가 굳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반드시 널리 알려져야 하며 기록으로 남겨야 할 중요한 '문화적 사건'이 제주에서 벌어졌음에도, 어찌된 일인지 어떤 매스미디어도 이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를 베껴 요약한 예고기사를 제외하곤, 정작 지난 9월 9일 벌어진 그 놀라운 개관 현장을 소개하는 기사는 단 한 꼭지도 없었다.
특히 오백장군 갤러리 공연장의 개막무대로 펼쳐진 홍신자 무용극(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의 판타스틱한 무대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문화평론가들이나 문화전문기자들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어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기사를 다루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홍신자의 무용도 무용이려니와 대한민국 아니 세계 유일의 문화공연장으로서 진면목을 보여준 오백장군 갤러리 공연장이 소개되지 않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워, 뒤늦게라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됐다. 아마도 이는 개관식에서 받은 감동과, 개관을 위해 수년 동안 땀 흘리며 준비해 오신 여러분들의 수고에 최소한의 보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고 자연과 함께한다는 원칙 위에 제주의 정체성, 향토성, 예술성을 한껏 살려 조성하는 제주돌문화공원.
제주돌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하면서 조성하고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섬을 창조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신화의 테마를 100만평 대자연의 드넓은 대지 위에 신화와 예술로 빚어낸 가장 제주다운 공간으로 조성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마련된 제주돌박물관, 제주돌문화전시관, 제주의 전통초가, 신화의 정원 등은 제주의 형성과정과 제주민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돌문화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더하여, 지난 9일 '오백장군 갤러리'가 드디어 개관한 것. 2006년 7월 착공해 4년 만에 문을 연 오백장군갤러리는 총 사업비 186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 면적 6천830㎡ 규모로 지어졌다. 갤러리 내부에는 상설전시실 및 7개의 기획전시실 등 전시공간과 수장고, 공연장 등이 들어섰다.
지하 1층 상설전시실에는 제주도기념물 25호로 지정된 '조록형상목' 20점이 전시되고 있다. 2009년 3월 11일 탐라목석원(원장 백운철)에서 기증한 조록형상목들은 1969년에 서귀포 지경에서 수집된 것으로, 수백년동안 바위를 밀치며 땅 속 깊은 곳에서 생명의 잔해를 빨아올리다 지쳐 쓰러진 조록나무들의 오랜 세월을 버티고 남은 잔해(殘骸)가 놀라운 공간미(空間美)를 보여주고 있다. 상설전시실에 좌정한 조록형상목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