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도 종현어촌체험마을 앞 갯벌. 먼 바다로 걸어들어가는 사람들.
성낙선
구봉도에 종현어촌체험마을이 있다. 마을 앞 바닷가에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비가 와서 바다 끝이 더 아스라하다. 갯벌 한가운데로 길이 나 있고, 그 길을 따라서 사람들이 오순도순 바다를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다. 갯벌이 얼마나 넓은지 먼 바다로 나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검고 작은 그림자로만 남아 있다.
구봉도에 들어서 얼마 안 가 횟집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개를 발견했다. 녀석의 목에 끈이 묶여 있지 않다. 강화도에서 겪은 일도 있고 해서 움찔했는데, 그 녀석 나를 그냥 쳐다보는 둥 마는 둥한다. 아주 심상한 표정이다. 그곳 말고도 두세 군데에서 더 개들과 마주쳤지만, 특별히 자전거여행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놈이 없었다. 그중에는 심지어 꼬리를 감추며 달아나는 놈도 있었다.
제주도에 갔을 때도 유사한 경험을 했었다. 육지에서 만난 개들과 달리, 제주도의 개들은 자전거여행자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기까지 했다. 구봉도의 개들이 그렇게까지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한결 달관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데 무엇이 강화도에 사는 개들을 그렇게 사납게 만든 것일까? 자전거여행을 계속 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것이 참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