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씨.
구영식
지난 15일 만난 공유정옥씨는 "'반올림'이 받았으면 했는데 개인이 수상할 수밖에 없어서 형식상 제가 받은 것"이라고 겸손했다. 이어 "상을 받으러 가면 산업안전분과 소속 전문가들이 수백명 모일텐데, '어떻게 해야 이들에게 우리의 싸움을 효과적으로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반올림'에서 집계한 결과, 지난 7월까지 삼성전자(반도체․LCD) 등에서 일했다가 백혈병 등에 걸린 사람은 총 59명이다. 이미 사망한 사람만 30명에 이른다.
그는 "종전에는 제보를 통해서 피해자 규모를 파악했는데, 정부가 조사한 자료 등을 종합해 봤더니 피해자 규모만 100명에 육박할 것 같다"며 "이들 대다수가 암이고, 10% 정도만 암 이외의 다른 질환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활동이 주로 백혈병으로 한정돼 알려져 있어 백혈병 사례에 편중돼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암 사례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백혈병뿐만 아니라 난소암, 자궁암에 걸린 사례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주로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공장에서 근무한 사람들한테 백혈병 등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올림에서 파악한 결과, 삼성전기 휴대폰 공장과 삼성전관(삼성SDI), 삼성코닝 등에서도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
그는 "그동안 반도체와 LCD 라인의 제보가 많이 들어온 것뿐"이라며 "반도체와 LCD가 제일 큰 문제이긴 하지만 다른 곳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와 전기로 (산업을) 분류하지만 같은 일을 하기도 한다"며 "그러니까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발병 종류도 백혈병뿐만 아니라 희귀질환인 육아종, 흑생종, 생식세포종, 뇌종양, 루게릭병, 다발성 말초신경염, 생식독성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생식계통에 문제를 일으키는 생식독성의 사례가 적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생식독성은 영어로 'reproductive disorder'라고 하는데 생리불순, 불임, 조기폐경, 무정자증, 유산, 선천성 기형아 출산 등의 증상을 보인다"며 "이 생식독성 피해자 숫자가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 발암물질이 없었다는 증거도 없다"하지만 삼성과 정부는 이러한 발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정부는 '조사를 해보니 발암물질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삼성은 심지어 백혈병 등을 '개인질병'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그는 "(반도체) 디퓨전 공정을 관리하는 엔지니어 4명이 한 팀에서 일했는데 부장은 40대 초반에 백혈병에 걸려 현재 투병 중이고, 과장은 흑생종에 걸려 죽었고, 다른 한 명은 육아종에 걸려 현재 투병 중"이라며 "이것을 우연이라고 얘기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