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수 과정에서 몇번씩 멈추는 세탁기. UE 는 세탁물이 한쪽으로 몰렸을때
동작을 멈춘다고 한다.
오창균
결혼 혼수품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세탁기(14년사용)는 낡고 오작동을 하기는 했지만 세탁기로서의 기능은 문제가 없던 터라 멈추는 날까지는 사용하려고 했었다. 또한 오작동의 원인은 세탁기가 아니라 수평이 맞지 않은 세면장 바닥 때문이라서 고무판으로 수평을 잡아주기는 해도 탈수시에 심한 진동으로 수평이 틀어져서 멈추는 것이라는 것을 아내에게 몇 차례나 알려줬지만 자주 멈추는 바람에 짜증이 난 것이다.
다음날, 아내의 꽃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장인에게 세탁기를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기로 했다. 무조건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듯 해서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다면 그나마 유용하게 사용할 수는 있을 것 같은 김치냉장고를 생각해냈고, 세탁기 보다는 가격이 배나 높을 것 같아서 비용은 반반씩 부담하자고 했다.
장인은 그래도 세탁기가 불편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불편한대로 사용하는데 익숙해져서 괜찮다고 했다. 아내는 심술이 단단히 났지만, 나도 물러서지 않고 세탁기는 바꿀 수 없으니 김치냉장고로 하던지 없던 걸로 하자고 맞섰다.
'세탁기는 내가 돌리는데 당신이 불편해 할 필요 없잖아? 너무 편하게 살려고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