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위원회에 보내온 공문해체된 삼성그룹을 대신한 삼성전자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에 보내온 공문이다. 삼성은 '적합한 직무'가 없어 복직을 불가한다고 밝혔다.
이지문
물론 이지문씨가 삼성전자에서 연구개발 관련 직무를 수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을 계기로 투명경영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삼성으로서는 윤리경영이나 감사 관련 직무에 배치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단, 삼성이 공정한 사회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면 말이다.
통신사마저 보도자료 배포 거부더 황당한 사건은 다음 날 벌어졌다. 그가 부대표로 있는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은 삼성의 복직불가 통보에 대해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연합뉴스와 뉴시스와이어라는 통신사에 유료로 배포를 의뢰했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돈을 돌려주고 "민주화운동심의위와 삼성 쪽에 확인취재가 필요하다"면서 포털을 제외한 언론사에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뉴시스와이어는 자사 이용약관 중 '기타 관련법령이나 회사가 정한 이용조건에 위배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배포 자체를 거부했다.
통신사가 보도자료 배포를 거부한 이유는 삼성이라는 막강 기업의 명예훼손 시비에 얽혀 들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공익제보자모임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는 대부분 사실관계를 적시한 내용이다. 굳이 삼성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문구를 찾자면 "이지문씨에 적합한 직무가 없어서 복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은 삼성 그룹이 여전히 윤리경영, 투명경영에 대해서 의지가 없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언급한 부분 뿐이다.
게다가 이지문씨에 의하면, 해당 통신사들은 그동안 공무원노조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담긴 보도자료도 아무 문제없이 배포해 왔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공익제보자를 대하는 우리사회의 시선을 대해 잘 보여준다.
정보 전달을 주 임무로 하는 통신사마저 공익제보자모임의 보도자료를 거부하였다는 것은,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의 혹시 있을지 모르는 명예훼손 시비가 내부고발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공정사회 위해 내부 감시 활성화해야대통령이 불철주야 '공정한 사회'를 외쳐도, 우리 사회의 현실은 여전히 맑고 투명한 사회와는 거리감이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의 CPI는 2008년 10점 만점에 5.6점을 기록해 180개국 가운데 40위에 그친 데 이어, 2009년에는 5.5점으로 0.1점이 하락했다. 이는 2003년 이후 6년 만에 점수가 낮아진 것으로, 세계 CPI 평균보다는 높지만, OECD 국가 CPI평균인 7.04점보다는 매우 낮다.
사회가 진정 '공정'하기를 원한다면, 배신자 취급을 당하고 있는 내부고발자들의 처우와 사회적 시선부터 개선하는 것이 옳다. 내부에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수많은 비리와 부정이,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공정한 사회'를 위해 몸을 던진 이들에 의해 하나 둘씩 드러났다. 지난 김태호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의 권한남용 실태에 대한 내부고발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가기관의 복직권고 결정에도 복직을 할 수 없는 내부고발자의 오늘이나, 그 사실 관계 자체도 전달하기 두려워하는 통신사의 모습은 단지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외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공정한 사회가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권력을 가진 자, 힘 가진 자, 가진 사람, 잘 사는 사람이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질 것 같지도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이 스스로 진심어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신뢰할 수 없다. 그동안 내부고발을 통해 드러난 기득권자들의 행태나, 그 행태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이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마도 가장 현실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은 양심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을 통해, 자기 안의 양심이 항상 각성되는 조건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동안 계류법안 더미에 파묻혀 있던 '공익제보자보호법'이 실질적인 사회감시의 기폭제가 됨으로써, 양심을 위해 비리를 폭로한 이들이 존경받는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세상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우정기자는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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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문' 거부한 삼성... 내부고발자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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