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두발 단속
권우성
그런데, 중학교 다니는 작은 놈이 목요일(9일)에 학교를 다녀오더니 내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더 빨리 학교에 가야겠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내일 교문에서 두발 검사를 한다"는 겁니다.
아이 말을 듣는 순간 '학교의 처사'에 참 어이가 없고 화가 나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이들이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복을 입히는 것도 반대합니다.
저는 전두환 대통령의 이른바 '학원자율화' 조치 덕분에 교복을 입지 않고, 머리 모양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으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 학교 방침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 학교에서 '두발 단속'을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해서 생각해봐도, 월요일 아침도 아니고 금요일 아침에 왜 두발단속을 하는 것인지 참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금요일 종례시간 쯤 주말에 머리를 깎고 오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월요일 아침에 '두발 검사'를 하였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에 어른이라면 이딴 식으로 할 수 있었을까요? 한 마디로 이건 단속을 위한 단속입니다. 전형적인 '함정단속'이지요.
학교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주중에 이발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줄 뻔히 알고 있으면서,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두발단속'을 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것인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학교에서 이런 구태의연한 일이 벌이지고 있다는 것이 참 마음을 답답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