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전형 경쟁률이 기록적인데, 일부 학과의 경우 200 대 1을 넘어섰다. 전형료 수입만 해도 60억이 넘는 학교들이 있다. 이러니 대학은 '수시 장사', 학생은 '기부 천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겨났다.
김행수
수시에 지원한 학생들이 낸 전형료만 계산해 봐도 수십 억 원이다. 수시 전형 원서비가 10만 원이 넘는 곳도 있고, 싼 곳이라고 해도 5만 원 정도다. 평균 8만 원 정도로만 계산해도 고려대와 성균관대의 경우 수시 전형료만 무려 60억 원에 이른다. 2010년 전형료 수입이 중앙대 62억7천만 원, 고려대 61억7천만 원, 성균관대 60억8천만 원, 한양대 58억3천만 원에 이르렀다. 이러니 '수시 장사'라는 세상의 비아냥거림과 '이번에도 건물 몇 개는 거뜬하겠네'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이뿐이 아니다. 대학들이 수시에 집착하는 더 큰 이유는 학생들이 많이 온다는 것보다 학생들을 가려 뽑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시 모집의 경우 수능을 중심으로 한 학업성적순에 의해 선발하기 때문에 특정학생을 가려 뽑을 수 있는 변수가 많지 않은 반면, 수시모집은 전형 방법도 워낙 다양하고 학교가 발휘할 수 있는 유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학생들을 더 다양하게 가려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시모집이 좋게 활용되면 큰 장점이 되지만, 잘못 활용하면 엄청난 독이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명문사립대라는 학교들이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수시모집 학생수를 늘리고,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은 특목고 학생들을 가려 뽑기 위해 이를 악용하면서 이번 고려대 고교등급제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속출한 것이다. 앞으로 이 수시모집은 입학사정관제라고 이름을 바꾸어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입학사정관제, 교육계 '유명환 사태' 만들까 걱정된다그러나 이번 사태를 만든 고려대와 일부 사립대들의 각성이 있지 않으면,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입학사정관제는 교육계의 '유명환 사태'를 낳는 통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번 고려대 수시 모집 패소가 주는 또 다른 교훈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천외고의 모의고사 성적 조작과 타임머신을 타고 가야만 가능한 1, 2학년 생활기록부 수정 사태가 이런 우려를 방증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고라고 하는 대학들이 한결같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능력 있고 열성적인 학생들만 가려 뽑아 입학을 시키면서도 학문적 성과나 결과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100% 타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세계 유수의 기관들이 발표하는 세계 우수 대학 순위에 우리나라의 명문이라고 하는 대학들이 거의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반성해야 한다.
입학생들의 수준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분명 세계 최상위일 것이다. 그래서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 가려 뽑으려고 하는 그 정성의 반만 학생들 우수하게 만드는데 기울인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세간의 비아냥거림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대학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행동들이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절망하게 만들고, 공정사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게 하는지 이른바 명문대학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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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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