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14주년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오창균
아직 새벽기운이 남아 있는 이른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사진앨범을 펼쳐놓고 넘길때 마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은 지금도 그때와 같은 사랑으로 서로를 아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오늘 9월 15일은 결혼14주년이 되는 날이며, 아내를 알게 된 날로 따지면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어색한 관계속에서 이별을 고할 때는 연인이었고, 다시 만날때는 친구였던 우리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됐다.
14년 전 백수였던 내게 '결혼'은 언감생심이었다당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럽 배낭여행이 대유행이었다. 여행에 대한 별다른 추억이 없던 우리는 유럽여행 자금을 모아보자며 무작정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백수이면서 알바로 근근히 살아가던 나는 아내가 내는 돈의 절반만 내는 혜택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내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당시 변변한 직장도 없이 공무원 시험공부에 매달리기도 하고 취직도 해봤지만 오래 다니지 못했던 터라 결혼은 언감생심이었다. 게다가 집안형편도 넉넉치 못하였기에 마음 한구석의 이별시계는 해가 바뀔수록 55분을 넘어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별후 내가 다시 아내를 찾은 것이기에 시계를 멈추고 싶은 심정은 절박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결혼이 내겐 너무 먼 이야기임을 절감할 때마다 혼자 좌절하면서도 아내 앞에서는 항상 웃었다. 이후 아내는 빈털털이 남자의 껍데기를 본 것이 아니라 그 속의 됨됨이를 봤었다고 했다(여보 맞지?).
내 처지에서 결혼해 달라는 말은 너무 어려웠지만, 이 사람과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상태에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내에게 월 몇만원씩 모아서는 유럽 여행의 비행기삯 정도밖에 안될 것 같다며 제안을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바로 '결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꿈에 그리던 유럽여행도 가고…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해보자는 것이 당시 내 생각이었다.
'내 딸이 선택한 남자'라며 고봉밥을 담아주신 장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