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외고의 2011학년도 신입생 모집 현수막
인천외고
입학사정관제가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특히 외고에 대한 특혜 몰아주기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천외고 사태다.
지난 6월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수능 모의고사에서 시험을 치기도 전에 학생들 6명에게 정답지를 복사해서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담임 교사가 자기반 시험 감독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모든 교시에 자기 반 시험 감독을 들어갔다. 그러면서 시험본부인 3학년 교무실에서 미리 정답지를 빼내 이를 복사하여 특정 학생들의 취약 과목별로 나누어 준 것이다. 이 같은 부정이 1교시 언어영역에서부터 시험이 끝나는 마지막 탐구영역까지 모두 이뤄졌다.
이어 7월에 인천교육청이 주관한 시험에서는 더 큰 부정이 이뤄졌다. 시험 당일 몸이 아프다는 학생이 시험을 치르지 않았는데도 이 학생을 대신해 다른 아이에게 시험을 보게 한 뒤 답안지를 교체해 제출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른바 대리시험으로 명백한 시험부정행위다.
인천외고 비리는 이외에도 또 있다. 3학년 절반 이상의 1, 2학년 시기의 학생생활기록부를 수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학교에서도 3학년에 1, 2학년 시기의 생활기록부를 수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오타나 오기, 또는 누락 등을 보완하는 것이지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천외고에서는 주로 독서평가와 취미 등의 항목을 수정했다. 예를 들어 영문학과를 진학하려는 학생은 취미 활동이 피아노에서 영미문화권 영화감상으로, 드라마 감상이 영어공부로 갑자기 바뀌었다. 또, 진로희망이 갑자기 외교관에서 영문학자로 바뀌고, 독서 평가는 거의 모든 내용이 전체적으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일려의 부정에 대해서 노현경 교육의원은 인천교육청 감사과에 특별감사를 요구하였고, 곧 전면 감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경찰은 교사와 학부모를 상대로 대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예견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나 일반 학교의 교사들에게는 언뜻 이 사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왜 성적에도 들어가지 않는 모의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정답지를 복사해주고, 대리시험을 보게 했을까? 입학사정관제와 수시를 앞둔 외고라면 이런 일은 충분히 가능해진다.
먼저 수능 모의고사 정답지 유출과 대리시험은 생활기록부에 그 성적 또는 등급을 기록하기 때문이란다. 일반 학교 학생의 경우에는 모의고사 성적을 생활기록부에 별도로 기재할 필요가 거의 없다. 대체로 학교 내신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분포가 비슷하고 특별히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고의 경우, 소위 명문 사립대학들이 수시전형과 특별전형에서 외고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사실상의 비교내신제 또는 학교등급제를 실시하다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되자 이를 드러내놓고 하기가 곤란해졌다.
이에 편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방법이다. 외고생의 경우 내신성적보다는 전국 모의고사 성적 등급이 더 높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모의고사 성적이나 등급을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하면 대학들이 이것을 참고하여 모의고사 성적이 높은 학생들, 결국에는 외고생들을 뽑아간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도 공개적으로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한 곳은 없지만 대부분 외고들은 이렇게 알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인천외고는 "다른 외고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우리만 뭐라고 하느냐?"며 억울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외고 교사에 의하면 "대부분 외고에서 이미 공공연한 소문으로 퍼져 있는 이야기다. 지금은 이렇게 기록하지 않는 학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전형에서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는 생활기록부에 외부 상 수상 내역을 기입하지 못하게 하자 각종 학교 내부상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 압권이 "모의고사 외국어 영역 우수상과 같이 외부 모의고사를 치르고 그 성적에 따라 상을 줘 그 수상 내역을 생활기록부에 적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부 외고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 일반 학교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취미활동이나 독서활동에 대한 기록 수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고3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시절에는 입학사정관제니 하는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것이 전형의 한 방법으로 자리를 잡더니 앞으로는 대세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니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정을 요구하고, 학교 역시 여기에 부화뇌동하여 1, 2학년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가 수정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수시나 입학사정관제에서 반영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과에 맞추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것이다. "저학년 담임들이 입학사정관제에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허술하게 기록한 부분들을 상세하게 보완한 것"이라는 변명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결국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전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외고들과 대학들이 암묵적으로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고 그 결과가 인천외고의 정답지 유출과 대리 시험으로 나타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역시 외고생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장치로 전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정한 교육기회? 외고에 대한 특혜부터 바로 잡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