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껌딱지' 품고 당당하게 살아요"

안성시장애인부모회 유지혜 회장과 그 모임 사람들

등록 2010.09.13 10:51수정 2010.09.13 13:08
0
원고료로 응원
장애소녀 미술체험캠프에 참가한 한 소녀가 너무나 앙증맞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애소녀미술체험캠프에 참가한 한 소녀가 너무나 앙증맞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안성시장애인부모회
▲ 장애소녀 미술체험캠프에 참가한 한 소녀가 너무나 앙증맞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안성시장애인부모회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 관련 단체가 꽤나 많다. 장애인의 권익을 찾자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장애인 복지는 미흡하지만, 상당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만날 이들의 권익과 복지는 아직도 요원하다. 지난 10일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모임인 안성시장애인부모회를 찾았다.

 

장애인 부모들의 속사정 알고 보니

 

이 시대에 장애자녀의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그리 녹록치 않다. 사회적 편견과의 싸움은 물론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찾기 위한 몸부림은 더욱 치열하다.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들은 일반 보험조차 들지 못한다. 큰 병이라도 생길라치면 그 가정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다가 그 자녀들을 평생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시간적 여유는 더더군다나 부족하다. 장애 자녀를 늘 아기처럼 보살펴야 하는 속사정을 누가 알랴. 그러다가 그들의 부모님이 상을 당하거나 자신들이 병이라도 나면 참으로 난감하다. '놀토'나 방학 등에는 오히려 장애자녀를 하루종일 돌봐야 한다는 부담이 배가 된다. 

 

물감아 놀자 지금은 장애자녀와 부모가 하나가 되어 '물감아 놀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자녀와 부모가 즐겁게 웃고 있다.
물감아 놀자지금은 장애자녀와 부모가 하나가 되어 '물감아 놀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자녀와 부모가 즐겁게 웃고 있다.안성시장애인부모회
▲ 물감아 놀자 지금은 장애자녀와 부모가 하나가 되어 '물감아 놀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자녀와 부모가 즐겁게 웃고 있다. ⓒ 안성시장애인부모회

 

긴 병에 효자 없다 했던가. 원래 당사자보다 간호하는 사람이 더 지치고 힘든 법. 힘들고 지쳤을 때, 훌쩍 떠나서 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항상 바람뿐이다. 자신의 장애자녀를 두고 하루라도 어디 가지 못하는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그들은 말한다. "장애자녀 때문에 우리 자신은 없어요"라고. 항상 그들은 "우리 정기적으로 모여서 운동 한 번 해보자"라고 계획을 세워 놓기만 했다.

 

장애자녀 둔 부모들의 출구, 안성시장애인부모회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들 나름대로 출구를 찾았다. '안성시장애인부모회(http://cafe.daum.net/asjangein)'란 이름으로 2007년 9월 안성에 깃발을 꽂았다. "안성에 있는 장애인 부모들은 다 모여라"고. 이렇게 그들은 만났다.

 

아빠와 아들 이 모임엔 엄마만 참가하는 게 아니다. 사진처럼 아빠도 참가해 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한다.
아빠와 아들이 모임엔 엄마만 참가하는 게 아니다. 사진처럼 아빠도 참가해 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한다. 안성시장애인부모회
▲ 아빠와 아들 이 모임엔 엄마만 참가하는 게 아니다. 사진처럼 아빠도 참가해 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한다. ⓒ 안성시장애인부모회

 

만나면 '정보교환과 상담'이 주가 된다. 정보교환이라고 하니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들이 살면서 "이럴 땐 이렇게 했다. 그럴 땐 그렇게 했다"는 산 체험을 나누는 것이다.

 

상담도 마찬가지다. 옛날 속담에 '누구 심정은 누가 잘 안다'고 했다. 실제로 같은 처지에 놓인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만나면 "맞다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서로의 아픔과 고충을 서로 털어놓는다. 그러다 보면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 그 속사정을 틀어 놓으면 태산인들 족할까.

 

그래도 이젠 혼자가 아니다. 그동안 속사정을 혼자서 삼키다가 이젠 '우리'가 함께 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안성에 '장애인부모회'가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이다.

 

또한 이렇게 서로 만나면서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싸워왔던 지독한 사회적 편견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자신의 자녀가 장애인이라는 걸 당당하게 밝힌다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위대한 성과다. 그들의 근본정신인 '내 아이만 중요하지 않고, 장애아라면 모두 나의 아이라는 생각으로'라는 것이 그것을 가능케 했으리라.

 

미술체험 캠프 미술체험 캠프에 참가한 소녀와 엄마. 이 모든 프로그램의 특징은 장애자녀 당사자보다 장애인 부모들이 더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
미술체험 캠프미술체험 캠프에 참가한 소녀와 엄마. 이 모든 프로그램의 특징은 장애자녀 당사자보다 장애인 부모들이 더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안성시장애인부모회
▲ 미술체험 캠프 미술체험 캠프에 참가한 소녀와 엄마. 이 모든 프로그램의 특징은 장애자녀 당사자보다 장애인 부모들이 더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 ⓒ 안성시장애인부모회

 

"'도움을 받는다'가 아니라 '권리를 찾는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의 핵심은 이렇다. '누군가에게 도움 받는다'가 아니라 '우리의 권익을 찾는다'라는 것. 21세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특히 장애자녀를 둔 부모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찾겠다는 야무진 각오다.

 

하지만 그들은 늘 자신들의 권리보다 자녀들의 권리를 위한 대변자라고 자처한다. 깃발은 '장애인부모회'라고 꽂아놓고도 온통 관심사는 자녀들의 권익보호와 '사회에서 자리 잡기'에 가 있다. 이것이 그들의 숙제다. 자녀의 삶도 찾아야 하고, 자신들의 삶도 찾아야 하니까.

 

아직 그들에겐 사무실이 없다. 모임을 하나하려고하면 다른 곳의 신세를 져야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찾으려면 장애자녀를 위한 '주간단기보호센터'가 절실하다. 단순히 보호 차원이 아닌 교육과 재활프로그램을 겸비한 센터 말이다.

 

미술치료캠프 장애인 가족이 함께하는 미술치료캠프에서 장구를 치며 흥겨워 하고 있다.
미술치료캠프장애인 가족이 함께하는 미술치료캠프에서 장구를 치며 흥겨워 하고 있다.안성시장애인부모회
▲ 미술치료캠프 장애인 가족이 함께하는 미술치료캠프에서 장구를 치며 흥겨워 하고 있다. ⓒ 안성시장애인부모회

 

거기다가 그들의 속사정을 서로 말하는 것을 넘어 전문 상담사의 상담도 필요하다. "내가 건강해야 자녀도 건강하지 않을까요"라는 말은 단순히 육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여러 기관들이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 행사를 할 때나 산에 갈 때 자원봉사로 함께 해주고 있다. 더군다나 앞으로 대한적십자회와 여성 개나리 클럽 등과 자매결연을 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활동의 열매다. 그래서 이젠 아프기보다 희망이 보인다고.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껌딱지' 될 차례

 

이 모임의 정기 모임은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 안성 사회복지협의회 2층 한마음 복지관에서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바자회, 운동회, 미술캠프, 원예치료 프로그램, 여름캠프, 장애자녀 부부 워크숍, 지적장애학교, 어깨동무 도예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이 모임엔 배우자가 없는 장애인을 둔 가정이면 장애인의 나이에 상관없이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안성의 장애자녀 가정이 함께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그들의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지혜 회장이 들려준 "내 아이와 나는 '껌딱지'같은 관계예요"라는 말에 진한 사연과 아픔이 묻어난다. 지금까지 그들만이 아픔을 감당했다면, 이제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기꺼이 껌딱지가 될 차례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0일 유지혜 회장의 자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010.09.13 10:51ⓒ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0일 유지혜 회장의 자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안성시장애인부모회 #장애인부모회 #장애인부모 #장애자녀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3. 3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4. 4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