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얼굴을 여러분 얼굴로 채워주세요!전태일열사 40주기 기획단 캐리커처(이동수 작)와 전태일캐릭터(최호철 작)
이동수,최호철
올해는 전태일열사 40주기입니다.
제가 대학에 갓 들어가서 알게 된 전태일 열사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지요. '애국 애족이 삶의 길이며 나아갈 바'라고 굳게 믿고 살아온 내 청소년시기에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제가 대학에 들어가 선배에게 한 노동자청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도 나을 것 하나 없는 처지이면서 자신보다 약자인 봉제공장의 보조(시다) 여동생들과 노동자들의 처우와 환경을 바꾸기 위해 근로기준법 책을 끼고 살며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던 한 노동자 청년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법에 호소하려던 그 청년은 그러나 결국 허울뿐인 법과 그 법마저 무시하는 관료들에게 절망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개선하려는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청년은 근로기준법 화형식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끝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고해같은 인생, 눈 앞의 삶만을 고민하던 제게 그것은 충격이었지요. 그 뒤로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내 인생을 바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으며 답을 찾고자 했지요. 학보사 500호를 기념한 기획기사로 구로공단을 찾아가 그때도 여전히 쪽방생활을 하던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취재를 했지만 그 기사도 또한 다른 것들과 맞물려 학교 측의 간섭으로 나가지 못하고 학보사를 단체로 그만두고 나오는 쓰라린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난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노동자 서민을 무시하고, 노동자를 단지 생산수단이며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대상으로밖에는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주객이 바뀌고 거짓이 진실을 짓밟는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불안정한 아르바이트에 생계를 걸어야 하는 지경이 되고 비정규 노동자는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전히 전태일은 우리 사회에 살아 있는 머릿생각이고 길찾기의 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