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마타병 자료관 증언활동가들미나마타병의 피해와 아픔, 그리고 기업과 정부, 사회의 차별을 상대로 싸워온 삶을 증언하는 '스토리텔러'활동을 하는 미나마타병 피해자들의 얼굴과 이름이 자료관 한 쪽에 소개되고 있다.
전은옥
미나마타 병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후 지난 50년 동안 지역주민들은 미나마타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로 갈라졌다. 환자와 그 가족은 하루 하루를 미나마타병과 함께 살아가는 길 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러나 그밖의 사람들은 미나마타병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 문제를 진지하게 떠안고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미나마타병을 멀리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존재를 부정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선택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나마타의 50년은 미나마타 병의 수용을 둘러싼 대립의 역사였다"고 구마모토 대학 미나마타학 연구팀은 말하고 있다.
미나마타 시민들 사이에서는 미나마타 사람들이 전부 병에 걸렸다는 편견과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에 대해 '미나마타병'이라는 병명을 변경해달라는 탄원을 냈다.
이것은 장애를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극복되지 못한 측면도 있고, 실제로 사회 속에 존재하는 장애인이나 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구조가 모든 사람을 억누르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미나마타병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기보다는 감추고 외면하고 싶은 심리를 담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기업 칫소 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런 분위기는 10여 년 전부터 점차 바뀌기 시작해, 지금은 미나마타병을 수용하면서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나마타에는 시립 미나마타병 자료관과 시민이 설립한 소시샤 미나마타병 역사고증관이 있고, 국립 미나마타병 종합연구센터와 정보센터, 환경센터 등이 설립되는가 하면, 환자들과 지역 장애인들의 자활을 위한 다양한 복지시설과 공동체, 미나마타병의 역사를 살려 친환경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대안적인 생산,판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칫소가 폐수를 흘려보내 바다와 인간의 삶을 모두 파괴해버렸던 50년 전, 미나마타 시의 인구는 약 5만 명(그중 1만 명은 칫소 공장 직원과 그 가족)이었으나, 이제는 3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칫소도 공장 재편을 통하여 미나마타 공장을 축소하였으나, 여전히 액정 등 중요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핵공장으로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미나마타병 환자와 가족, 지역 주민들은 칫소에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다. 칫소가 미나마타병을 일으킨 것은 용서할 수 없지만, 그러나 칫소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칫소가 성실하게 회사를 운영해가면서 앞으로는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한편,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번영을 해서 피해자에 대한 마땅한 배상책임도 지고, 지역사회에 해를 끼친 만큼 그만큼 다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