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 질환에 이환된 환자의 방사선 사진(붉은 화살표 부분). 치료 되지 않은 잇몸병은 잇몸뼈를 조금씩 흡수하다가 결국 치아를 상실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해당 환자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치아의 동요도가 심해서 어쩔 수 없이 2개의 치아를 발치 후 임플란트를 시행했다.
이승훈
위 이야기는 의료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로, 치과의사인 나 역시 여러번 겪었던 일을 재구성한 것이다. 물론 치과의사의 대응이 미숙해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와 환가간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 아닐까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도 치과의사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꽤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현직 치과의사로서 치과관련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환자들이 치과의사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환자탓'만 하기보단, 소통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가는 게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치과 질환에 관한 상식을 전달하는 것은 이미 많은 선배 치과의사들이 한 일이기에 이번 기회에는 단순한 지식보다는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치과의사에게 갖고 있는 불만을 통해 그런 불만이 생긴 정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현재 치과의사들이 많은 분들에게 비호감인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치과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불쾌했던 기억 있으신 분들은 쪽지나 댓글로 말씀해 주시길 바란다.
치과의사를 싫어하는 이유에는 '아프게 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비싸다'가 더 주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임플란트가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임플란트가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불만을 표시하지만 현직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현재 임플란트 수가는 적절한 가격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고 느껴진다.
평행선을 그릴 것이 분명한 논쟁은 결국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 아무런 이득도 없기에 임플란트를 심게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잇몸병(치주질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임플란트가 비싸다고 화를 내기보다는 임플란트를 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테니까.
한번에 치아 16개 뽑던 장면, '충격'잇몸병. 단순히 잇몸이 붓고 치솔질 할 때 피가 좀 나는 증상 쯤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지만 고혈압이 '소리 없는 살인자'라면 치주질환(잇몸 병)은 '소리 없는 치아 강탈자'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서운 질환이다.
치주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우선 아프지 않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치주질환은 약간의 불쾌감 내지는 이물감 정도의 불편함이 느껴지는 정도지 큰 동통은 없다. 얼핏 들으면 '동통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아프다는 것은 신체에서 뭔가 이상이 있다고 경고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통증이 없다는 것은 바꿔 얘기하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말이다. 의사 입장에서도 아프지 않은 환자를 설득해서 치료하는 데는 아주 큰 어려움이 따른다.
다음으로 치주질환은 여러 치아를 대상으로 한다. 학생 시절 병원 실습을 돌던 중 한번에 16개의 치아를 뽑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그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충치야 썩은 이 한개만 문제가 되지만 치주질환은 여러 치아에 동시에 진행되는데다가 방치 해두면 인접한 치아의 잇몸까지 함께 망가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예방 교육이 어렵다. 뒤에 이야기 하겠지만, 충치가 줄어드는데는 학교에서의 예방 교육이 한 몫 했지만, 대부분 치주질환으로 문제가 되는 연령은 30~40대 이후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켜봐야 큰 효과가 없다. 일을 하느라 가장 바쁜 시기인 30~40대의 중장년을 대상으로 당장에 급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교육시킨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치주질환으로 인해 발치한 치아는 보철적인 수복 역시 매우 어렵다. 틀니든 임플란트든 빠진 이의 수복은 잇몸 뼈에 의존해서 해야 하는데 일단 이를 빼야할 정도로 잇몸 뼈가 상한 상황이면 보철적인 수복 역시 크게 어려움을 겪고 심할 때는 아예 임플란트를 심을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치과 환자의 절대 다수는 충치와 풍치(잇몸병)를 이유로 병원을 방문한다. 그리고 위의 두 질환으로 치과에 내원하면 진행 정도에 따라 4단계 중 한가지의 시술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