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공사 현장. '한강과 서해의 만남 경인아라뱃길' 입간판
성낙선
다시 한 번 더 김포평야를 찾아간 게 지난 주 금요일(3일) 아침이다. 아침부터 날이 흐린 게 한 차례 굵은 비가 쏟아질 게 분명했다. 빗길 자전거여행이 처음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순식간에 온몸을 적셔버리는 장대비는 적응하기 힘들다. 빗물에 젖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도 서너 시간이 지나면 몸이 몹시 괴롭다.
중학교 시절, 낚싯대를 들고 친구들과 함께 김포 들판을 여기 저기 가로지르는 하천을 떠돌아다니다,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채 들판 한가운데에서 소나기를 맞아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새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것도 추억이다. 어떻게 보면, 오늘 빛바랜 기억을 되살리기에 딱 좋은 날이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아무 때나 찾아오는 게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암동에서 가양대교를 건너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타고 방화대교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 점점이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방화대교를 지나 행주대교에 다가갈 무렵에는 사방이 물인 듯 공기인 듯,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퍼붓는다. 그렇게 해서 빗속을 뚫고 9호선 개화역 앞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미로를 헤매다 나올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