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이탈리아 분유 시장을 장악한 초국적 유통업체가 가격을 올리면서, 폭리를 취하자, 레가가 직접 나서 프랑스 생산자협동조합에 분유 생산을 요청해 가격을 반값으로 떨어뜨린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레가에 속해있는 볼로냐의 아드리아티카 소비자협동조합의 매장.
김종철
이들 두 지역의 협동조합에서 유사한 점은 또 있다. 이들의 내부 구성을 보면 생협, 노동자협동조합, 건설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 보험, 서비스 등 다양한 협동조합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다양한 협동조합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협력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협동조합과 관련된 법이 하나의 기본법 또는 종합법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국과 일본은 농협, 신협, 생협 모두 독자적인 법의 적용을 받아 다른 협동조합과 연대가 차단되어 있다.
경제적 약자를 최우선으로 배려하고, 환경과 물가 안정에 적극적여섯 번째로 이들 두 곳의 생협이 추구하는 철학과 방향도 매우 유사하다. 예를 들어, 물가를 낮추어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고 소비자의 안전, 정보 제공, 환경보전 등이 뒤를 잇는다. 환경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와 역할로 지적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해 하위 10~20%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기 마련인데, 이들에게 실업과 물가 인상은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민중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레가와 몬드라곤의 경우 모두 수천 평 규모의 대형매장부터 수십 평 규모의 소형매장까지 다양한 매장에서 다양한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두 생협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몇 천 평하는 생협 매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백 평, 수십 평 등 다양한 규모의 생협이 있다고 했다. 취급하는 품목도 농산물을 비롯하여 가전제품, 옷, 잡화 등 생활에서 필요한 상품은 모두 있었다. 그만큼 생협이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레가와 몬드라곤 두 곳에 매우 유사한 점이 많지만, 또 다른 면도 분명하다. 우선, 이들 두 곳에 참여하는 협동조합들의 분포 범위가 다르다. 몬드라곤의 경우 초기 면 단위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수도인 마드리드를 비롯하여 스페인 여러 지역에 분포돼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조합들이 몬드라곤과 바스크 지역에 있다. 반면 레가의 경우는 총 본부가 이탈리아 로마에 있고, 협동조합 역시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특히, 레가의 생협은 이탈리아 대부분의 주에 분포돼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몬드라곤 생협 조합원은 2009년 기준으로 52만 명 정도지만, 레가 생협 조합원은 약 700만 명에 달한다.
또 하나, 몬드라곤이 있는 바스크 지역의 경우 지역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바스크 민족주의가 결합돼 있지만, 레가는 그렇지 않다. 레가는 초기부터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히려 평등이나 보편주의에 가깝다. 바스크는 '바스크어'라는 말을 따로 사용할 정도로 지역성이 강한데 이는 이 지역의 인종과 역사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레가의 중심 지역인 볼로냐도 협동하는 삶과 상호신뢰 등을 가능하게 하는 자기만의 역사가 있지만, 독자적인 언어가 없고 외국인 노동자도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 아울러 평등을 기조로 하는 진보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다.
지역성 강한 몬드라곤과 개방과 보편성이 큰 볼로냐